"참된 지혜는 실용적인 지식들의 무분별한 집적을 통해서 얻어지는것이 아니라, 모든것들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것을 파악하는데 있다. " - 헤라클레이토스 -

_2009 Europe/__Camino De Santiago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19일째 Virgen Del Camino ~ Hospital De Orbigo

rosehill 2009. 11. 15. 16:43
Who R You? (spain,9.3)

 
혼자 걷는 즐거움도, 오랫동안 걷다보면 조금씩 깨어질 때가 있다..
아무리 조용히 혼자 걷는다고 해도, 작은 눈인사로 시작된 것들이 여러날을 자주 마주치고 얼굴을 알게 되면서 부터
아무래도 잘 지켜 지지 않는 법인가 보다..

이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나라 사람끼리 만나 같이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 경우도 있고,(길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들)
또, 전혀 모르는 낯선 이들끼리 길 위에서 만나 하나의 팀이 되어 함께 다니는 경우도있고,
(내가 good team 이라 부르던 다국적팀들처럼)
원래 올때 같이 온 사람과 끝까지 둘이서 같이 가는 사람들.. (요하네스와 이드같은경우)
처음엔 둘이 왔다가, 후에 한쪽이 친구를 만나 헤어지면서 혼자 걷는친구도 있고... (첫날 피레네 오를때 봤던 미국 아가씨
둘이었는데,한 친구를 후에 피니스 테레에서 봤는데,독일에서 온 남자 친구랑 짝이 되어 걷고 있었다..)
또 열심히 꼼꼼히 기록하며 조사하는 식으로 걷는 친구도 있고...
또 나처럼 혼자 걷는걸 즐기며, 다음날을 기약하지 않고(만날 알베르게나, 묵을 숙소 같은..) 자연스레 만났다 헤어지고 
또 우연찮게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하는 방식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고..
거의 말없이 있는듯 마는듯 조용조용 다니는 이들도 있고..
심지어 실제 순례자 복장 그대로 걷는 이들도 있었고..

참 다양한 이들이 이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 각자는 무엇이 되었던, 하나의 계기가 되어, 이길을 걷게 되었으리라..
전혀 국적도,피부도,생각도 나이,모든것들이 서로 다르지만, 산티아고길 이라는 이 길을 위에 하나의
가느다란 끈처럼 모두가 엮여 있는 것은 아닐까..

역시 오늘도 기약없는 출발을 시작했다.. 다들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다음 숙소에서 만나게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 도 있을것이다.

정처 없는 걷기..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거인..

어제 요하네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곳도 가다 보면 두 갈래 길이 있는데, 하나는 마을을
거쳐서 가는 길과 직진으로 가는길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물론 도로 따라 가는 길은 선호하지 않는지라 어디로 갈것인지는 벌써 정해 놓았다..



누군가가 올려놓은 등산화.. 뭐지?



도로길이 아닌 우회하는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처음 만나는 마을에 도착, bar를 찾아본다. 아침이 부실해서 보카디요와 커피한잔 하고,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bar에서 쉬고 있는데, 요하네스와 이드가 도착한다. 이친구들도 bar를 찾기 위해 들른것 같다.
역시, 대로길이 아닌 들판길로 온 듯했다...
우측은 연고를 빌려줬던 역시 독일아가씨.. 이름을 묻질않아 아직도 이름은 잘 모르겠다..

샌드위치 먹는데 가만 놔두질 않고 테이블까지 올라와 횡포를 부리던 녀석..
이제 새로운 손님이 오니, 그쪽에 달라붙어 행패를 부리려고 한다..



마을안에 위치한 조형물.. 십자가와 종이 보인다.

bar에서 쉬었다가 다시 길을 찾아본다.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길...
이쪽이다..



villa de mazarife라는 마을, 내가 가진 a4용지엔 나오지 않는 마을이다.
비단 A4용지의 구간 표시에는 비교적 크고, 알베르게가 구비되어있는 마을들만이 표시되어 작은 마을같은경우
표시가 안 되어있을때가 많다. 가이드 북이 있는 이들은, 전날 알베르게에서 중간의 작은 마을까지도 꼼꼼히 살피고,
목적지를 정하는데 참 요긴하다.. 가이드북이 없는 내경우(나뿐아니라 몇몇 분들도 의외로 A4지 용지 하나로만 의지하면서
걷는 이들도 많았다)는 그냥 크게 도착지만 잡고 걸었다..



알베르게로 오세요~  알베르게 안내판이 마을 어귀에 붙어있다..






걷다가 요란한 소리가 들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옥수수밭에 물을 주는 기계소리였다..
저렇게 아무도 없는 밭을 기계가 알아서 이리 저리 왔다갔다하며 물을 주고 있었다...


무슨 봉화대 같은데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작은 마을에 가끔 하나씩 있었던것 같다.



뜨거운 태양아래에 물 공급은 필수 . 열심히 밭으로 물이 뿜어져지고 있다..

murias를 지나, 목적지 까지.. 의외로 한참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이곳은 철길인데, 길이 아닌줄 알고 좀 해맸었다.. 지나는 싸이클러들에게 물어보니 맞다고 해서
계속 길을 따라 가본다..

시원스레 흘러가는 수로의 물......


드디어 목적지인 hospital de orbigo에 도착.. 마을 입구에 오래된 긴 다리가 펼쳐져 있다..
산티아고길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한다..


다리아래에 넓은 공터가 있다..

중세 기사들의 마상 창 결투가 있었던 곳인가 보다...


그 흔적들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사들의 마상 창 시합을 관람하며 환호를 보냈을 것이다.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우측으로, 조금 지나 좌측으로 두 개의 알베르게가 있는데, 두번째 집으로 향해본다.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뒷쪽이 침실이고, 좌측으로 가면 방이 하나 더 있다..


알베르게 침실의 모습, 우측 2층침대에 프랭크가 보인다.
전에 몇번 봤던 친군데, 오늘 또 만나서 내가 먼저 인사하고 아는척을 했다.
이 친구도 꽤나 혼자 다니는 스타일이라 거의 나랑 좀 비슷비슷한 성격인거 같다.
브라질 모자에 브라질 침낭을 덮고 백인이면서 국적은 나미비아다....
처음에 africa라고 소개해서,난  south africa냐고 물었더니 아프리카고 namibia라고 한다.
나이는 24살.... 사진 찍히는걸 나만큼이나 싫어한다.. 그래서 이 친구 사진이 없다..  
이날 잠깐 인사하고, 산티아고 가는날까지 거의 매일 봐서 좀 친해졌던 친구다
  


여장을 풀고, 알베르게 내부를 구경했다...
각 벽에는 방문했던 사람들이 그려놓은 그림들이 걸려있다.. 수준급이다 싶은 그림도 있고
일반인이 그린듯한 그림들도 있었다...
방문하는 분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걸 수 있다고 한다.

"너도 그림 그려 걸어 놓아보지 그래...."

폴이다.. 11시이던가, 12시이던가, 아무튼 폴은 꽤 일찍 이곳에 도착했다고 한다.
우회길이 아닌 도로길을 걸어온 듯 하다..
와인 좋아하고, 사교성 좋고, 항상 어딜가도 누군가와 붙잡고 이야기가 한창인 중년의 밝은 아저씨다..

오늘도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내려오니, 먼저 온 아가씨랑 이야기가 한창이다,
그 아가씨 전에 길에서 잠시 본적있는, 아주 천천히 걷고있던 그 브라질 아가씨다..
아가씨와 알베르게 쥔장의 아이들인듯한 꼬맹이들과 폴은 한창 재밌게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동양화도 보인다.. 한국분이나, 중국분의 작품인듯하다..

"어서오세요.."
역시 이곳에도 한국인의 흔적이 걸려있다..



저녁먹고, 폴과 함께 와인을 먹었다..
내가 합류하기전 벌써 와인 한병을 비웠다고 자랑하던 폴...  한병같이 마시고, 다른 이들이 합류하기에 이번엔 내가 한병 사서
또 같이 마셨다... 이곳에선 와인을 슈퍼에 가지 않고 주인장에게 구입할 수 있어 편했다..

알베르게의 저녁... 폴, 그리고 좌측은 혼자 오신분인데, 독일분이다..
저분은 오래전에 오토바이를 타고 이길을 걸을 적이 있다고 한다.. 현재는 도보로 걷는중이고...

이 친구들은 스페인 친구들이다. 저녁먹고 나와 담배 피고 있을때 이친구들은 한창 저녁 준비 중이었다.
음료를 권하길래 한잔 마셨는데, 그들말로는 lemon beer라고 레몬맥주 라고 하는데, 순한게 주스처럼 부드럽고 괜찮았다..
싸이클러 들이라 조금 늦게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우측의 친구는 내가 "레슬러"냐고 물어볼정도로 덩치가 좋은 친구다
다리통이 장난 아니다.. 가볍게 취기가 올라,  서투른 손짓 발짓 대화가 오가고.와인을 권하고..맥주를 권하고, 사진도  좀 찍고..

그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