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2009 Europe/__Camino De Santiago

[Camino De Fisterra] 산티아고 순례길 35일째 Olveiroa ~ Fisterra

rosehill 2009. 11. 16. 13:27
camino de fisterra (9.19)


피니스테레로 향하는 마지막 날이다....
이제 이 긴 걷기여행의 대단원인 셈이다.. 역시 산티아고 때와 마찬가지로,
피니스테레 입성하는 바로, 오늘 주책맞게 비가 내린다...

게다가 강한 바람까지 불어, 악천후 속을 걸었다...
알베르게에서 부터 출발할때 같이 걸었던, 바르셀로나에서온 괴짜 85년생 아가씨랑 같이 걸었는데,
자그만 체구로 금새금새 뒤를 따라오는 악바리같은 아가씨다.. 나도 제법 걸음이 빠른편인데..
금방 금방 따라오는걸 보면 제법걷는편이다..

판쵸우의 푹 눌러쓰고 자그만 체구로 걷는게 좀 안쓰러워 보이기도하고..

중간에 담배 이야기가 나와서 언제 폈냐고하니가 16? 17? 하며.. 긁적 긁적 하며 웃는다.. ㅎㅎ
내가 22살때부터 피웠다니까, 안믿는 분위기다.. ㅎㅎㅎ
걷다가 이 아가씨한테 담배 마는것좀 가르쳐 달라고 하니 바로 배낭 내려놓고 털썩 주저앉아 시범을 보인다..
재밌는아가씨다.. 

내가 하는걸 보더니.. "연습이 필요해요.." 라며 근엄한 한마디를 던진다... ㅎㅎ



한참을 걷다 만난 바다.. 멀리 바다가 보이다.. 얼마만에 보는 바다인가...
여기까지도 벌써 2~3시간은 족히 걸린거리였는데, 알고보니 피니스테레는 근처도 못온거다...




좀더 가까이 다가간다.. 피니스테레가 우측 능선일까..?



여기도 비석이 보인다..


해아가 마을 bar에 들러 몸좀 녹이고 출발한다..
담배 마는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보여준 자그마한 아가씨.. 이름은 모르겠고..
좀터프하게 생겼는데 웃을땐 영락없이 어린애다...



커피한잔 마시며.. 한컷.. 역시 어김없이 마는 담배를 쥐고있다...
우측은 헝가리에서 온 친구들. 오른쪽 친구가 나랑 동갑이고, 가운데가 한 6살 정도 어린친구, 근데, 나이가 훨 들어보인다.
원래 수염을 기르지 않았는데 이길을 걸으면서 길렀고.. 이제 곧, 피니스테레 도착함과 동시에 수염을 밀거라고 한다..

아가씨가 바의 주인장에게 약국의 위치를 묻는다, 왜 그러냐고 어디아프냐고 물으니,
바로 저 자리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훌쩍 들어 보이며, 양말까지 벗어 발바닥의 물집을 보여준다..
굉장히 심각하게 이야기 하면서 발을 보여주는데..  거의 테이블 높이까지 발을 올리며.. (생각보다 상태가 심하긴 심했다..)
갑작스런 당혹스런 행동에 그것도 bar에서.. 옆에 있던 헝가리 친구들도, 나도 되려 웃고 말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용 책갈피, 핸드폰 줄 다 바닥나고 마지막 하나 남은것을 이 23살 괴짜 아가씨에게 주었다.. 
 "당첨..!! " "you win!!" ㅎㅎ



마을의 작은 묘지를 지나..

해안길을 따라...















길을 잘못들어 도로길로 올라갔다...
시내에서 해깔린건데, 화살표 말고 주민들한테 물어 물어 갔더니 도로길을 거슬러서 올라가니
다시 화살표표식을 만날 수 있었다..





피니스테레, 이제 피니스테레 마을에 다 와가는듯하다.





날씨가 맑아지고 해가 다시 떠올랐다...
뜨거운 태양이 이렇게 그리울 수가...

저 멀리.. 피니스테레가 보인다..
사실 여기올때 바로 여기만 넘으면 피니스테레인줄 알았다.. 그런데, 올라와보니, 저~ 멀리 보이는것이 아닌가..
아직도 한참은 더 가야 한다는 뜻....






작은 해수욕장, 몇몇 앞에서 걷던 아줌마들이 소리를 지르며 배낭 내려놓고 물속으로 달려간다...



피니스테레의 해수욕장..



조용하고 한산한 느낌이다..














해수욕장을 지나서 피니스 테레 마을에 도착하면 바로, 알베르게를 만날 수 있다...
순례자들이 가려는 지구의 끝은 거기서도 5km정도를 더 가야 한다... 그래서 보통. 순례자들이
알베르게에 들러서 등록을하고 증서를 받고 여장을 풀고 간단한 복장으로 저녁 무렵에 그곳으로 올라간다.
사실 이것이 정석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식을 치루고, 해가 지는 모습까지 보고 내려오는것... 이것이 정석...



그러나, 걷기 시작했을때부터 메고 온 배낭과 카메라가방.. 이 무거운 짐을 끝까지 서쪽 해안까지 이 상태로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복장 그대로, 이 짐 그대로, 처음 시작했을 때 그모습 그대로 해안 끝까지.....
해서 알베르게에서 스탬프와 증서만 받고 곧장 그 길로 올라본다...

어차피 마지막 날은 이틀정도 이곳에서 쉴 예정이라 따로 펜션을 잡을 생각이었기때문에
숙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4시가 다 되어 간다.. 산티아고 때와는 달리, 거의 쉬지를 않고 걸었음에도
거리 자체가 확실히 멀긴 멀다...




저기 보이는 곳이 이 여행 마지막 목적지 피니스테레.. 오르막길을 제법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피니스테레에 도착... 많은 관광버스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우측으로 좀더 들어가 저 건물 뒷쪽..






끝없는 바다가 보이는 곳..  이곳이 마지막 목적지....
이젠 더 이상 어떤 길도 , 화살표도, 안내표지판도 보이질 않는 이곳..  서쪽 해안 끝.. 지구의 끝 피니스테레다...


입고있던 옷을 벗어 불에 태운다..
이곳에서, 자신의 소지품을 태우며 의식을 치룬다....
산티아고 걷기 시작하면서 부터 입고있었던, 티셔츠를 벗어 버리고 불길 속에 가차없이 던져버린다.



35일의 여정은 이렇게 끝이났다..
허탈함과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 첫 여행이라 더욱 그랬을 수 도있다..
까미노 순례길은 끝이났지만, 나도 그렇고 각자의 인생의 길은 아직이다...

이곳에서 있다가 하산을하고 2틀을 이곳에서 쉬었다 갔지만, 여기는 오늘 이후로 다시 올라 오지 않았다.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멋진 마무리를 하는것이 완전한 것이겠지만, 인생에 있어 완전함이라는것이 있을까..
오직 그 완전함을 향해 안주하지 않고 죽을때까지 끝까지 달려가는 것만 있을뿐....

그래서.. 남겨놓았다.. 아쉬움 한 구석으로..,
나머진 평생을 살아가며 쌓아 가련다..


내려오는 길에 ....

피니스테레로 내려오니, 올리비에가 뒤늦게서야 도착했다..
벌써 갔다 왔냐고 묻길래..  everything finish 짤막하게 답해주었다..
내 사진을 찍으며 작별인사를 하길래, 나도 한장 찍고 작별인사를 했다...
한국음식을 특히 좋아한다는 그녀 여행 마치고 무사히 잘 돌아가기를...

피니스테레를 완주하면 받게되는 완주 증명서..
역시 피니스테레 알베르게 도착하여 크레덴시알을 보여주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