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Dan Brown)의 신작 오리진 (Origin)
아주 오랜만에 읽어보는 댄 브라운의 신작이다. 사실 신작이 나온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정주행 하다가 얼마전에 완료를(물론 그의 '소설' 분야만..) 하고 읽을꺼릴 찾다 검색을 해보니 마침 댄 브라운의 신작 이야기가 있어서 예약구매를 통해 몇 일 전에 받아 읽게 되었다.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용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우리는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문구하나만이 눈에 띄었다. 물론 좀더 검색해 보면 대강의 스토리 정도는 알 수 있었을테지만 부러 책이 도착할때까지는 따로 찾아 보지는 않았다. 과연 댄 브라운이 저 문구를 가지고 또 어떻게 재미난 썰을 풀었을까를 궁금해 하며 책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책장을 넘겼는데 역시나 책을 읽는 건지 영화를 보는건지 모를정도의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가 시종일관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아니면 에코의 책들을 보다가 봐서 그런지, 유난히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주제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이기에, 아무래도 무겁고 심오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테크노 음악 틀어놓고 한편의 스릴러를 본 듯한 느낌이랄까.. 그만큼 좀 심플하면서도 스피디하게 흘러갔었던것같다.
구성은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짤막짤막한 마치 영화의 한 씬 한 씬을 친절하게 미리 나누어 주는 듯한 구성으로 각각의 인물 중심으로 각각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별도로 보여주면서, 전체의 그림을 독자가 그려나가게 하는 식으로 독자 나름의 상상과 추리를 해 볼 수 있게끔 하여 재미를 더했고, 조금 아쉬운 점은 이 전과 달리 우리의 척척박사 "로버트 랭던" 형이 이전 작품들에서처럼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결 해 나가는 것과 달리 이번엔 얼굴없는 척척박사 윈스턴(Winston)이라는 "인공지능(A.I)"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물론 결정적인 단서들을 해결하는데에 있어서 랭던의 역할이 있긴 하지만, 이전보다 축소된 느낌이다. 로스트 심벌(The Lost Symbol)에서의 기호학자 랭던이 수 많은 기호와 상징들을 풀어가는 능력이나, 혹은 다빈치 코드(Da-Vnici Code)나, 천사와 악마(Angel & Demon)등에서 중세의 그림이나 기호를 설명하던 랭던의 모습 보다는, 그들의 탈출을 돕고 사전에 미리 모든걸 준비해 주며 가이드 역할을 하며 착착 움직이던, 거기에 랭던과 토론도 마다하지 않던 인공지능 윈스턴의 똑똑한 지능이 더 기억 남았던 것 같다.
댄 브라운 스스로도 이런것들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며 자신의 오랜 캐릭터 랭던을 오히려 쿨 하게도 놀려먹는데, 랭던이 윈스턴의 안내를 따르며 활주로와는 먼 곳으로 이동하자,의아하게 생각하고 주절주절 대던것에 대해 윈스턴이 A.I만의 방식으로 담담하게 꾸지람을 날리는 장면이나, 그가 그나마 핵심 암호를 풀어내어 극적이게 입력을 했는데, 에러발생.. 그러나 이것이 CapsLk(대문자 키버튼)을 눌러서 발생되었던 헛 발질을 보여주는것이 그런것들이다.
캡..캡스락.. ( Cap..Capslock....)
독자들은 이런 장면에서 랭던 교수 당신도 예외는 아니군 하며 웃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소설의 시작부분에서 랭던의 과거 제자이면서 친구와 같은 존재이기도 한 에드먼드 커시는 세명의 종교 지도자들을 만난다. 가톨릭교,이슬람교,유대교의 지도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컴퓨터 천재 엔지니어이며 미래학자 이기도 한 에드먼드 커시는 그들에게 인류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해답을 발견했다는 메시지를 들고서 그들과 만남을 갖는다, 이 세명의 지도자들은 자료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커시는 얼마 후 이것을 전 세계에 발표하겠다고 말하고는 돌아온다.
그들에게 약속한것과 달리 커시는 보다 일찍 이것들을 발표하기로 하고, 자기가 아는 유력인사들(로버트 랭던을 포함해서)을 초빙하고 전 세계 수만의 시청자들이 보고있는 상태에서 드라마틱하고도 극적인 연출등을 동원해 자신이 보여주려고 하는 결과의 브리핑을 시작한다. 이런것들은 마치 애플사의 신품이 나올때 전세계의 애플팬들이 열광하며 밤새 모니터를 켜놓고 지켜보는 것을 연상시킨다. (에드먼드 커시라는 캐릭터 자체가 마치 스티브 잡스( Steve Jobs)와 칼 세이건을(Carl Sagan)을 섞어놓은 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그런 인물을 염두하고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스티브 잡스와 칼 세이건 (Steve Jobs & Carl Sagan)
이때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커시는 현장에서 살해당한다. 현장을 보던 전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사건의 배후를 놓고 각각의 종교지도자들과 스페인 왕가,가톨릭의 한 이단 교파(팔마리아 교파) 등등이 부수적으로 등장하면서 사건은 것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랭던은 커시의 브리핑의 장소를 제공해주고 주최를 했던, 바르셀로나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의 여성 관장 암브라 비달과 사건에 연루가 되면서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되고, 이때부터 랭던은 누명을 쓰고 도주를 함과 동시에 자신의 제자가 발표하지 못했던 브리핑의 나머지 부분을 찾아 공개하기 위한 박진감 넘치는 여정에 들어간다.
거기에 중간중간 요소요소 다양한 인물들과 상호 관계들이 다채롭게 그려지며 흥미를 더하는데, 우선은 종교지도자들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겠고(커시의 발표를 앞두고 당황해 하는 각 종교의 지도자들..) 그리고 커시를 살해하고 랭던과 암브라 비달을 없애려는 전직 해군제독 출신인 아빌라가 악인으로서 등장하며, 가톨릭교단의 이단,팔마리아 교파라는 세력이 전작 다빈치 코드에서 등장했던 오푸스 데이처럼 아빌라의 백그라운드로 위치한다. 또한 스페인왕가의 황태자와 연인관계인 암브라 비달과 스페인 왕가의 종교적,정치적 관계들도 서로 얽히며 살인 사건의 배후를 두고 독자들은 흥미진진한 나름의 추리를 하는 재미도 곁들여진다.
또 역시나, 관광명소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인페르노나 혹은 다빈치 코드등과 달리 그렇게 많은 관광명소가 소개 되지는 않았지만, 눈에띄는 몇몇 명소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 사그라다 파밀리아( Sagrada Familia,성 가족 성당), 전몰자의 계곡, 에드먼드 커시의 아파트 였고 랭던과 아빌라가 격투를 벌이던,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 카사 밀라(Casa Mila), 구엘 공원등은 소설의 사건들과는 별도로 또 나름의 재미를 선사한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성 가족 대성당(Sagrada Familia)
결과적으로, 사건은 잘 해결이되고 에드먼드 커시의 나머지 브리핑이자,. 결국 독자들이 이 책.. 댄 브라운의 오리진(Origin)을 집어들때 눈에 들어왔었던 원초적인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속에서 커시의 나머지 브리핑을 통해 소개가 된다. 그러니까 최소한 보통 이런 류의 주제를 가지고 펼쳐지는 소설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론들.. 이를테면 마지막에 아무것도 없다거나, 혹은 자료가 파기 되거나 해서 아무도 모르게 되는둥("진실은 저 너머로....~") 그런식의 결말은 아니라는거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최소한 그런식의 뒷통수 맞는 일은 없을것이다..
물론 질문에 대한 답이 커시의 브리핑으로서 완벽하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결론이 암시하는 섬찟할 수도 있는 미래.. 그것은 우리에게 소설을 읽는 내내 똑똑하고 말 잘듣고 충실하며 마무리 마저도 깔끔하게 했던 친절한 우리의 친구 인공지능 윈스턴.. 그가 가진 그런 완벽함과 빈틈 없슴을, 현대에도 그와 비슷한 인공지능과 교류를 하며 지내는 오늘의 독자들이 편의적인 관점이 아닌 약간은 우려의 관점으로도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하는데 있어 작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약간의 스포일러 있을 수 있슴..)
에드먼드 커시의 브리핑 결론은 사실 처음에 명시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기 에 완벽하지 않다. 소설속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결국 기계론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생성과 소멸을 밝혀낸것인데, 어디에서의 어디와 어디로 에서의 어디(Where)는 결국 그곳이 어디인지는 밝혀 지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분자,원자로 사라져 버릴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서 앞으로 보다 발전된 과학과 기술을 통해 그것들에 흡수되어 또 다른 계(제7의 계)로 거듭나며 영원을 유지하는 길뿐이다. 그러나 소설 중간에 랭던이 혼자 중얼거리듯, "입자가 에너지를 소산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그런 방식을 만들어낸 자(者)(혹은 "무엇")는 누구인가?"란 질문엔 아직 물음표가 남았다...
어쩌면 아마도 영원히 이 질문엔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파이(π)의 끝 값을 알지 못 하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