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지혜는 실용적인 지식들의 무분별한 집적을 통해서 얻어지는것이 아니라, 모든것들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것을 파악하는데 있다. " - 헤라클레이토스 -

!.. 영화 끄적임

2024년에 다시 생각난 영화,선셋대로 (Sunset Blvd.1950)

rosehill 2024. 12. 14. 14:03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실 이건 내가 재미삼아 만든 카테고리. "비교무관작업실"에나 어울릴 법한 생각인데 그것은

"특정 소설이나 영화같은 하나의 어떤 작품은 다른 시대 다른 곳에서의 실제의 현실을 예언한다."

 

어떤 시대에 만들어진 어떤 작품은 또 다른 시대 어떤 실제 현실과 싱크로가 맞아버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당연히 현재의 과학으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또 모르지.. 엘리엇 파동이나, 머피의 법칙처럼 과학적으론 설명되지는 않지만 우리가 모르는 숨어있는 어떤 법칙이 있을지도.. 이 부분은 나중에 보다 구체화 시켜서 '비교무관 작업실'의 '잡설'란에서 한번 써보려고한다.ㅎㅎ )

사실 요근래 상황을 보다가 떠오른 영화가 있어서 포스팅을 하면서, 이 생각을 다시 떠올린건데 첫번째 생각은 지난 2012년 무렵경 몇번 했었던 생각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오늘 떠오른 영화는 1950년에 빌리 와일더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 선셋대로(Sunset Blvd)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 참 많이 봤을것이기 때문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것같다. 또한 영화를 보고나서 주절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그러니까 검색을 통해서 어쩌다 들어온 분들이 있다면 이후는 읽지 않는것이 낫겠지만, 사실 이런 고전영화들은 스포일러를 본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대비해서 마지막 부분은 펼침 버튼으로 잡아놓았으니 더 읽지 않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거기서 멈춰도 될것이다.

어쨌건, 이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1927년 토키 영화가 등장하면서 이 당시를 주름잡던 대표적인 영화인들이 많이 밀려나게 되는데 주인공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는 바로 이렇게 한때를 주름잡다 밀려난 여배우이다. 그녀는 이렇게 바뀌어 버린 헐리웃에서 밀려나 자신만의 대 저택에서 과거의 영광만을 기억하며 다시 재기를 꿈꾸며 살아간다. 옆에서 시중을 드는 집사 맥스(Erich Von Stroheim,에리히 폰 슈트로하임)가 있었고 오직 이 집사만이 그녀 곁에서 그녀를 호위하며 그녀의 꿈이 깨어지지 않게 보호를 해 주고 있었다. 연민이었다. 사실 그 집사는 역시도 한때 잘나갔던 감독이었으며 그녀의 전남편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무성영화의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있었고 바뀌고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그 과거의 틀 안에 갇혀있었다. 그러다 젊은 작가 조(Joe Gillis, 윌리엄 홀든 주인공이자 나레이션 화자)를 꼬드겨서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자신이 주인공으로 한 역사 드라마를 예전에 잘나갔던 감독(세실 B 드밀감독__십계를 만들었던 감독..__,실제 출연..)과 함께 만들고 다시 과거의 큰 영광을 얻으려 한다.

 감독이 노마에게 연락했었던 이유는 영화와 관련된 어떤 드림팀을 구상하려는 것이 아니었고 노마의 오래된 클래시컬한 자동차를 자신의 영화에 사용하고자 노마에게 연락을 했었던 것이었으며 그 드림팀은 그녀 혼자만의 상상이었다. 

영화 선셋대로의 대표 배우들, 운전수부터, Max역의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Joe역의 윌리엄 홀든, 그리고 주인공 Norma역의 글로리아 스완슨 (출처 imdb)

그러다 이런 망상속에서 참다 못한 주인공 조 길리스는 그녀에게 현실을 인식시켜주려고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말을 듣지 않고 집사 역시도 그녀 편에서 조 길리스를 몰아세운다. 결국 포기하고 떠나버리는 조에게 그녀는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자 그런데 여기서 부터가 이 영화의 백미인데, 이 부분은 거의 후반부 부분이며 영화 역사상 가장 명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장면이 나타나게 된다. 

이제부턴 정말로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영화를 통해 보기를 바란다. (이하 스포일러 및 마지막 장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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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은 들이닥치나 그녀는 여전히 그 세계에 갇혀있다. 마치 분장실에서 분장을 하며 자신의 쵤영 대기시간을 기다리는 배우처럼.. 추궁하는 경찰을 마치 인터뷰 하러 온 영화 기자들마냥 여기며,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자신만의 영역으로 유체이탈하여 점프해 버린것이다. 경찰은 구속하려 하는데 여기서 그녀의 집사이자 전남편이 느닷없이 등장하며 아랫층에 카메라가 준비 되어있으니 내려가자는 이야기를 그녀에게 건넨다. 나머지 경찰들은 어리둥절 해 하지만 곧 이해하게 된다. 

 

화장을 마친 그녀는 아랫층의 카메라를 내려보고 이어 아랫쪽 집사는 "큐"사인을 보내낸다...  그녀는 자신의 시나리오인 "클레오파트라"의 "클레오파트라"로서의 화려한 연기, 곧 마지막이 될 연기를 펼쳐 보이며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고, 영화 영사기가 돌아가는 (실제로는 기자들의 "뉴스 영사기") 아랫층으로  계단을 타고 서서히 내려가고.. 팬들의 호응에 화답하며 이내 이쪽으로(영화를 보는 관객쪽으로) 다가오면서 fade out되어버린다. 

* 영화 마지막씬,..(일부 브라우저에서 재생이 안되는경우가 있는데 아랫쪽에 링크를 클릭하면 영상을 볼 수 있다.)

* 그 유명한 명장면중의 하나.. 망상의 세계로 점프해 버린 가련한 여성이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며 사람들 사이를 내려가고 있는 이  장면은 측은 하기도 하면서 그녀의 극도로 불안한 심리상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계단씬은 노컷으로 처리하여 그녀의 혼신의 연기 (비장하기까지한.. )와 그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무표정하고 어리둥절한 주변에 멈춰서 있는 인물들을 통해서  마치 시간이 정지되고 그녀만의 시간이 흘러가는 듯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므로서 그녀의 혼신의 연기와는 대조적으로 측은한 모습을 동시에 보이게끔 한다. 몇 번에 걸쳐 찍었을지 모르지만 여기서  노마 제이슨의 연기는 빛이 났다. 

https://play-tv.kakao.com/embed/player/cliplink/mHOAVTkp8Zs$

 

카카오 TV 플레이어

 

play-tv.kakao.com

 

 

사실 2012년을 겪었던 사람들중에 일부는 앞서 이야기 한 대로 "특정 시간대의 특정 영화는 특정 시간대의 특정 실제 사건이나 실제 현상을 예언한다." 에 공감할지도 모른다.그만큼 이 노마제이슨의 캐릭터는 결국 나중에, 임기도 제대로 못마치고 내려오게된 어떤분과 너무나도 같았기때문이다. 정말 그러한 법칙이 존재하는것일까..?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8년이 지난 2024년에 다시 이 영화가 떠올랐는데, 이젠 이것이 다른 형태로 등장한것이다. 몇가지 요소들만 바뀌었을 뿐 동일한 캐릭터의 재림.. ㅎ...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역시 이 부분은 비교무관 작업실에서 한번 썰풀이를 해 봐야겠다.. ㅎㅎ

긴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사실 엊그제 여러가지 방송들을 잠시 보면서  이미 "정신 상태"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걸 보니 사실 길게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을것같다. 영화는 그나마 다행인것이, 노마 제이슨은 곧 영화 배우아닌가..그리고 이 모든것들은 영화속에서 일어난 일일뿐이다.  그녀가 그렇게 되던 저렇게 되던 그것은 보통사람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동정이나 측은 지심을 느낄 수 도 있겠다. 어떤경우엔..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그게 아니니까 이게 문제인것이다. 다분히 모양새는 누가 봐도 그런 모양새인데 이것이 절대적 위치에 있는 분이 저러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인것이다. 

어쩔건데..

이러한 위기 속에서 느닷없이 나는 이 영화가 떠올랐다. 데자뷰..

..again....

영화 뒷얘기.. 

* 이 영화속에서 실제 주인공인 노마 제이슨역의 글로리아 스완슨과, 또 여기서 집사 역할을 했던 에리히 폰 슈트로 하임은  참 얄궂게도 실제로 무성영화 시대때 잘 나갔던 배우와 감독이었고 이 영화가 개봉 되어질 무렵에는 거의 잊혀진 존재들이었다. 특히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은 르노아르 감독의 37년작 "위대한 환상"에서 매너있는 독일 장교역을 보여주었던 인물인데 나는 이것까지만 본것같다. 실제로 20년대에 감독으로 찍은 영화들에 imdb상에 높은 점수가 매겨져 있는것을 보면 그 당시 감독으로선 잘나갔던 감독이었슴을 알 수 있다..  

* 노마 제이슨의 글로리아 스완슨은 실제로 이당시 한물간 배우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속에서 그녀는 빛났다. 아쉽게도 그해의 아카데미상은 그녀보다 더 뛰어난 연기를 보인 "이브의 모든것"에서 지능형 안티에 대조적으로 쿨한 모습을 보여준 "베티 데이비스"에게 돌아갔다. 생각해 보니 공교롭게도 둘 다 헐리웃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 세실 B드밀 감독은 여기서 깜짝 출연을 하는데 그녀의 상태가 안좋음을 파악하고 자동차를 다른곳에서 빌리라고 지시하며 거리가감을 두려는 감독으로 등장한다. 

* 2014년 무렵 이 영화를 간접적으로 포스팅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포스팅의 이유도 지금의 이런 이유였는데, 2024년 다시 이 영화를 포스팅을 하는데 계기 역시 동일하다.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https://rosehill.tistory.com/331

 

Sunset Blvd. (선셋대로 ,1950)

" I'm ready......." (영화 '선셋대로' 중에서.. ) ..'유체이탈'... ...그녀만 모른다.....

rosehill.tistory.com

 

* 무성영화에서 토키 영화로 전환될때의 희비의 교차는 다른 영화 속에서도 여러군데에서 느껴지는데, Artist같은 영화에서도 기존의 무성영화 배우들이 토키영화의 등장으로 인해 대거 몰려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영화 92년도에 만들어진 '채플린(chaplin,1992)'에서도 드러나지만, 마임을 좋아했던 채플린도 배우는 몸으로 연기해서 언어를 모르는 이들역시 공감하게 하는것이 진정성이 있는것으로 생각하며 끝까지 무성영화를 고집했던 사례가 나온다. 그도 결국 city light의 "자동차 문닫는 소리"를 시작으로 토키영화속으로 들어가고, "위대한 독재자"같은 그의 명연설이 들어있는 영화를 탄생시킨다.  그만큼 토키의등장은 영화판의 모든것을 바꾸었으니, 결국 이는 하나의 '뉴미디어'의 등장이 얼마나 많은 생태계를 바꾸게 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