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ergue (Calzadilla De La Cueza,8.29)
알베르게에서 제공된 빵과 우유를 마시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오늘은 유난히 쌀쌀하다.
웬만하면 자켓없이 나서도 별 무리가 없었는데 유난히 쌀쌀해서 후드 자켓을 걸치고 길을 나섰다.
첫날 피레네를 넘고 론세스바예스가 그렇게 추웠었는데(여름이 맞나 싶을정도로) 오늘이 딱 그정도로 쌀쌀했다.
한 시간여를 넘게 걸으니 다음 마을인 car.de los condes가 나온다.
마을 입구의 다리...
마을을 지나면서 부터는 지루한 길의 연속이다.
아마도 산티아고 코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지루했던 코스가 아닐까 싶다.
길은 평지길인데, 평범한 들판길로 20여km정도 주욱 이어지는 길이다....
지루했었던 길... 그래도 mp3플레이어라도 있어서 흥얼흥얼 거리면서 걸었던 길이다.
들판 한가운데에 큰 나무 한그루가 보였다... 잠시 지루한 길을 벗어나 나무 그늘아래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가기로 한다. 현재까지 걷는 진행속도가 빨라서 그날의 종착지를 작게 잡고,천천히 쉬엄 쉬엄 가기로 했기에..
잠 한숨 자고 가는것도 큰 무리가 없을듯하다..
이렇게 앉아서 순례자들의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것도 재밌다..
저 친구는 어제 알베르게에 개를 끌고 왔던 친구다.. 지나가던 개가 있는데 따라오길래, 저렇게 어디서 구했는지 줄을 구해 개와 함께
순례길을 같이 걷는 중이라고한다....알베르게에 개는 출입금지라서 앞의 나무에 개를 묶어두고 들어갔는데,
오늘도 역시 개와 함께 걷는 중인가 보다..
다시 길을 나서다, 잠시 벤치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는데 한 친구가 걷다 힘든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오자마자
다리를 쭉 펴며 앉아 인사를 건넨다..
독일에서 온 친구고 이름은 필립.. 이제 13일째이고, puente la reina에서 시작했다가, 발에 문제가 생겨 이틀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지금은 점차 나아지는 중인데, 아직까진 진통제를 먹어가며 걷는중이라고 하니. 대단하다...
나이는 나보다 한 너댓살 어려보이는데, 게임을 좋아한다고한다. 특히 스타나 wow..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몇몇 한국 프로게이머 이름을 대고 하는걸 보니, 보통 즐기는 정도이상인가보다...
(나도 현재 70짜리 전사가 놀고 있는데..^^)
알베르게 도착.. 들판길을 지루하게 걷다가 마을이 보이자 바로 저렇게 마을 입구에 덩그마니 놓여있다..
언덕같은것이 없다손 치더라도,그나마 꺾어지거나 돌아가거나 하는 길이었더라도 덜 지루했을것이다.
그야말로 그냥 직진의 연속길이었다...
얼렁 들어가 도장 받고 여장을 풀자..
1,2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2층침대가 대략 양쪽에 6~7개씩 각각 있었다.(30인실정도되는것같다.)
겉은 단조로와 보이는데 막상 안을 들어가 보면 뒷쪽에 이렇게 뜰과 수영장까지 있다.
보통의 알베르게들이 이런 뜰이 있다.여장을 풀고,씻고 빨래하고 빨래 널고, 그 다음이 간식을 들고 뜰에나와 앉아
그날일을 정리하는것이 보통의 수순이다...
알베르게에서 슬슬 눈에 익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이제 이 길을 제법 걸었다는 증거일까..
앞서 만났던 네덜란드 친구와 그와 같이다니던 팀중의 한명이 먼저 침대를 자리잡고 있었다.
나머지 분들은 현재 오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로즈마리 여사님 도착하여 반갑게 아는 척을한다. 호세는 어딨냐고 물어보니.. 뭐 알리가 있을까..
다들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걷는터라, 자연스럽게 만나면 만나는거고, 오늘 못 만나면 또 언젠간 보게되고 그런게
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니까...
아까 이야기 나눴던 필립과 다른 독일인 친구들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침대를 잡는다..
가장 연세가 들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신, 존이라는 할아버지... 이분은 burgos알베르게에서 저녁을 먹을때 말을 걸며
알게된 분인데, 워낙 가는곳마다 인기를 끄는 분이다. 70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는 산티아고를 거쳐 피니스테레, 무시아 까지 걷는
다고 한다... 활달하고 재밌는 분이다.. 또 나이를 믿기 어려울정도로 잘 걷는 분이다.
bar로 향하며..
근처 bar를 찾아 나가본다. 먹거리도 사야하고, 담배도(--;) 또 커피도 한잔 할겸..
bar는 알베르게에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50여m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순례자용 메뉴를 19:00경에 먹을 수 있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순례자 메뉴로 저녁을 대신하기로 했다.
순례자 메뉴는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자들(도장을 받는 "크레덴시알"을 소유한..)을 위한 메뉴로 각 마을 마다 bar혹은 레스토랑에서
일정한 시간에 제공된다. 물론 아주 작은 마을 같은 경우는 없는 경우도 있다...
장점은, 순례자들 전용메뉴라 가격이 저렴하다는것... 보통의 식사가 10유로를 훌쩍 넘는데 반해 순례자용 메뉴는
10유로 이하 보통 7~9유로 정도다..
또 보통 큰 테이블에 다같이 모여 먹기때문에 낮선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재미도 있다는것...
그러나 보통 정해진 시간에 와야 한다는것. 보통의 식당들이 일반 음식점인데 부가적으로 순례자들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라 이건 어찌보면 당연할것이다.
어제 만난 네덜란드친구와 같이 다니던 멤버들, 그리고 burgos에서 만났었던, 70대 할아버지 john, 독일에서 온 요하네스와 이드 커플
(이때만해도 잘 모를때였는데, 20대초반의 오누이 같은 커플인데, 유난히 자주 만났던 친구들이다. 정도 제법 들었던 친구들이다)
그리고, 오늘 걷다 잠시 쉴때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필립등등..다같이 먹었다..
칠면조 요리가 있길래, 가장 무난한것 같아 주문했는데, 양이 장난이 아니다. 먹다 남긴 분들까지 있었으니...
어찌됐던간에, 각각의 나라에서 무슨 이유로 이길을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한 테이블에서 미숙한 언어일지라도
서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여행의 매력이 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