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지혜는 실용적인 지식들의 무분별한 집적을 통해서 얻어지는것이 아니라, 모든것들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것을 파악하는데 있다. " - 헤라클레이토스 -

!.. Book 끄적임

디지털 포트리스 (Digital Fortress)

rosehill 2018. 1. 27. 10:41



디지털 포트리스

댄 브라운의 데뷔작임에도, 어쩌다 보니 읽게 된 것은 그의 작품중에서 가장 늦게 읽게 된 것 같다. 나온지도 오래됐고, 또 컴퓨터와 관련된 이야기라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소설 속 이야기들이 약간은 허무맹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역시 그런것들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98년도란 점을 감안해서 읽어보면 현재의 기준으로 봤을때 맞지 않거나 다소 과장되거나 혹은 어처구니 없는 내용들도 약간은 있는데, 그런것들을 그렇게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보면 나름대로 짜임새있고 긴박감 있었던것같다. 영화로 따지면 킬링타임용 영화 정도랄까..?




탄카도라는 해커가 만든 절대로 풀리지 않는 암호화 프로그램 디지털 포트리스(Digital Fortress).. 이 디지털 포트리스를 역으로 자국의 안보를 위한 도구로 써 먹기 위한 NSA라는 국가기관의 부국장 스트랫모어의 은밀한 공작.. 여기에 NSA의 요원이기도 한, 천재 프로그래머 주인공 수전과 수전의 남자친구 베커... 이들은 각각 한쪽은 NSA 내부에서 두뇌게임을, 다른 한쪽은 저 멀리 스페인에서 탄카도가 죽기전에 남긴, 암호키가 새겨진 반지를 찾기 위한 분투기가.. 양쪽에서 긴박감있게 펼쳐진다.

시간이 흘러 갈 수록 긴박감있게 흘러가면서 책을 읽는 속도도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빠르게 넘어간다. 킬러에게 쫓기며 추격을 당하는 베커의 이야기와 NSA 내부에서 부국장의 계략등이 드러나게 되면서 그것을 막기위한 내부에서의 혼란 스럽고 긴박한 상황들이 교차 되어지면서 점점더 흥미를 돋군다.


물론 컴퓨터의 암호화와 관련된 디테일한 이야기들은 당시 시대를 고려했을때 지금 보면 다소 유치하거나 황당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절대로 풀지 못하는 알고리즘이라든가, 결말부에 가서 도출되는 황당한 패스워드 값 등이 그러한데.. 책이 씌여질 당시 98년이면 56k 모뎀쓰고 3.2기가 하드에 32M(메가... 32G,기가가 아닌...) 메모리가 쓰일때를 고려하면 뭐 당시 기준으로는 나름 사이버 펑크적인 재미를 주었을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다른걸 떠나서, 정보기관이 안보를 위한 개인의 데이터를 감시하고 감청 하려고 한다는것은 최근에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 폭로한 프리즘 프로젝트로(Prism Project) 현실화 되어, 수 십년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예측을 한 것과도 같으니, 소설의 다른 기술적 엉성함들을 커버하고 본전은 뽑은 셈이 아닐까.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은 앞서 봤던 신작 오리진에서의 윈스턴 같은 똑똑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며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든 기술적 요소들을 어떤 조직이나 기관이 독점을 해 버린다고 생각해보면, 가히 즐거운 상상은 아니다..

과연 "파수꾼은 그럼 누가 감시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트리스 1
댄 브라운 저/안종설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