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출판한 이후 3년후에 출판한 일종의 작가 노트이다. 국내에서는 92년에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란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가, 근래에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라고 해서 새롭게 출간한 것인데,굉장히 얇고 작은 소책자 형태의 책이다. 당연히 관심이 가서 구매하게 되었는데, 역시 예상했다시피 내용은 쉽지가 않았다. 첫 페이지 부터 당혹스럽게 만든 구절을 보자면...
이를테면, 소설 장미의 이름의 마지막에 나오는 글귀..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과 관련한 독자들의 질문에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인데,..
"나는 아벨라르가 <장미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통하여, 언어가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지 않았던것과, 존재하였으되 회멸(灰滅)된것을 드러내는지 설명했던 것을 기억한다. 여기까지만 말할 터이니 독자 스스로가 아벨라르의 결론에 이르기 바란다."
아마도 온라인 구매가 아니라 오프라인이었으면 여기까지 딱 보고 바로 덮었을것이다. 작가 노트는 말 그대로 소설을 쓰면서 부딪혔던 여러 난관들이나 준비작업들 그리고 소설속 철학적 난제들에 대한 작가의 변 등이 담긴 책이다. 작고 얇은 책이지만 오히려 소설 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소책자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면, 작가 개인의 소설 집필과정에서의 노력과 중세를 배경으로 한 이유 특히나, 14세기 초반을 선택하게 된이유, 작중 화자로서의 아드소의 역할... 열린 결말에 대한 작가의 견해등을 엿볼 수 있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문체는 소설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소설의 세계를 구축해 놓으면 언어는 거기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즉<주제를 붙잡으라, 그러면 언어가 뒤따라 온다>인 것이다. 시의 경우는 즉,<언어를 붙잡으라 그러면 주제가 따라온다>" p41
"호르헤를 장서관에 앉힐 당시만 해도 그를 살인범으로 만들지의 여부는 결정되어 있지 않았다. 말하자면 호르헤는 이야기 자체가 지닌 생명력 안에서 스스로 그 역할을 해낸 것이라는 말이다. 이말은 <관념론적으로>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등장 인물은 소설이라는 세계에서 자율적인 생명을 지니는 것이고,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종의 망아(忘我)상태에서 그 등장인물이 지향하는 방향대로 행동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중략..) 중요한 것은 작중 인물이 자신의 현실인 소설 세계의 법률에 따라 행동하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화자는 자기가 내세운 갖가지 전제 조건의 포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p47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
움베르토 에코 저/이윤기 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