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지혜는 실용적인 지식들의 무분별한 집적을 통해서 얻어지는것이 아니라, 모든것들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것을 파악하는데 있다. " - 헤라클레이토스 -

_2009 Europe/__Camino De Santiago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21일째 Santa Catalina de Samoza ~ El Acebo

rosehill 2009. 11. 15. 19:57
Camino De Santiago (Cruz De Ferro,9.5)



첫날 피레네산맥을 넘은 후 그동안 들판길과 마을길, 그리고 크고 작은 산들을 걷다가,
산티아고 길에서 제법 큰 산맥을 넘게 됐다..(Irago산)

첫날 생장에서 받은 A4지에 표시된 구간 안내...
오늘 걸을곳은 어제 스페인 친구의 말대로 El Acebo까지가기로 한다. 산을넘어 중턱까지 가는 코스다..
십자가 표시가 있는 꼭대기의 cruz de ferro는 순례길을 걷는이들이 하나씩 자기가 고국에서 부터 가져온 것들을
올려놓는 곳이라고 한다.
순례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고 항상 사람이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대해서는 폴이 엊그제 이야기 해줬던 곳이기도 하다.. 준비가 미흡했던 나는,
이곳에 대한 준비는 미처 하질 못했다.. 보통 고국의 돌을 가져와 이곳에 내려놓고 간다고 한다.
힘겹게 가지고 온 무거운 돌덩이를(물론 작은것이겠지만..) 이곳에 내려 놓으며 일종의 어떤 마음을 비우는
의식이 행해지는 곳인듯하다...


 
왼쪽이 폴, 오른쪽은 어제 같이 묵었던 독일인 친구 마크,
프랭크는 어김없이 새벽에 떠났고, 마크와 아침을 간단하게 bar에서 해결하고 있는데, 퐆이 들어왔다..
바로 전 마을에서 묵었던 폴은 아침일찍 출발해 벌써 이곳까지 온것이다.

 
"나좀 그냥 자게 내버려 두면 안되냥~"
고양이가 순례자들이 지나가도 아랑곳 않고 담벼락 위에서 졸고 있다.. "눈떠~"

 
첫번재 지나는 마을인 El Ganso.. 역시 작은 마을이다.

 
El Ganso의 작은 성당..

 
Rabanal.. 이제 이곳부터 슬슬 산길이 시작된다...
잠시 배를 채우고 떠나기로 한다...

 
아침은 먹었는데, 혹시 몰라서 좀더 먹고 가기로 한다. bar에 앉아있는데 카우보이가 나타난다...
"buen camino"

 
"나도 산티아고 까지 갈거라구요..."

 
슬슬 시작되는 오르막길.. 작은 성당이 보인다.

 
저 멀리에 아까 Bar에서 부터 쫓아온 검은개. 이넘 끝까지 따라와, 결국 중간 마을에 가서야 떨어져 나갔다..
거리가 제법 될텐데, 주인이 개를 찾지 않을지 걱정이다.

 
한참 오르다 바라본 모습..어렴풋이 지나온 길들이 보인다.

 
싸이클러들은 따로 도로길을 따라 이길을 넘는다. 도로길이라 해도 경사가 제법 급해서
이친구들도 오르는데 많은 힘이 들었을것이다.

 

 
한참을 오르니 제법 완만한 곳에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부터 다시 또 오르막이 시작된다.









도로를 따라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니, 잠시 꼭대기부분에 평지가 있어 쉬었다 가기로 한다..



이윽고, cruz ferro에 도착, 큰 돌무덤과 긴 십자가가 보인다.생각보다 단촐했지만, 힘겹게 산을 넘어서인지, 십자가를 발견하고
다들 환호를 지른다... 좌측편에는 관광버스들이 몇대 있었는데, 버스로도 이곳을 관광하러 오는 이들도 꽤 있어 보였다..

돌 대신에 머리카락을...
작은 돌이라도 하나 가져왔으면 좋았으련만.. 가진건 머리카락뿐이다.. 한국에서 선물용으로 가져왔던 전통 책갈피
(이제 몇개 남지 않았지만)중 하나에 머리카락을 묶어서 저곳에 끼워놓았다..
"무사 여행 기원" "무사 완주 기원"

돌과 많은이들의 흔적들이 기둥에 걸려 있다.



서서히 내리막이 시작된다.. manzarin 까지는 내리막길일 것이다.



이곳이 manzarin알베르게.. 높은 산의 중턱이라, 규모가 작은 알베르게다..

산티아고 뿐아니라, 멕시코, 예루살렘,마츄피츄,등등.. 다른 곳들까지의 거리도 표시가 되어있다.

이제 El Acebo로 향한다...


멀리 앞으로 가게될 마을들이 어렴풋이나마 보인다...


잉그마르 여사와 거드 여사님들.. 그제 hospital orbigo에서 누가 소리지르며 나를 부르길래 봤더니 거드 여사님이었다.
손수 유럽식 포옹 인사로 반갑게 맞이해 주셨던 여사님들.. 전에 내가 로즈마리 여사랑 본의 아니게
40여km를 걸으면서 헤어졌었는데,어떻게 또 만나게 됐다.. 듣자 하니 몇일전에 대략 40여 km를 걸은적이 있었다며,
그때 제법 고생을 했었던 모양이다, 

오늘도 산길을 가는데, 산중턱에서 두분이 앉아 간식을 들고 계셨다.. "홀라~" 

그런데, El Acebo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길었다... 

방향이 이방향인데 마을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더 걸은 후에야 표지판을 발견.. 마을이 곧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산 아랫쪽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마을.. 

도착.. 알베르게는 이길 따라 좌측에 위치해 있고, 규모는 작다, 내가 들어가고 잠시 후 알베르게가 completo(만석)이 됐고,
다른이들은 그 다음 알베르게로 향해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한 프랭크는 어김없이 일찍 도착해 그늘가에 혼자 또 스페니쉬 라디오를 청취 중이었고..
폴도 이곳에 도착했다...
 
식당과 겸한 알베르게이고, 식당 뒷쪽에 작은 뜰이 있다.. 방은 18인실 정도되는것 같았고
슈퍼도 보이지 않고 오늘도 식당을 이용해야 할듯하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슬로베니아에서 온 아주머니가 함께 오신다..
내 윗침대에 자리하셨던 분인데, 이것저것 많이 물으셨다..
그 분과, 또 걷다가 만난 친구둘이랑 같이먹었다.. 순례자용 메뉴말고, 메뉴판 맨 머리에 사진으로 붙어있는 요리
아줌마가 이거 어떨지를 물어본다. 한번 먹어볼까..이지역 전통요리같은데...
11유로란 거금을 주고 한번 시켜봤다 아.. 결과는.. ㅠㅠ
아줌마가 먹으면서 계속 쏘리 쏘리 하신다.
뭐 나도 먹을만 한것 같아 시킨건데, 아줌마는 자기때문이라고 자꾸 쏘리 쏘리 하신다.. ㅎㅎ
덕분에 더더욱 표정 관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

야채와 옥수수가 깔린 가운데에, 돼지고기로 만든 동그란 덩어리 큰 거 두 개가 들어있는 요리였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니 잊고싶다.. ㅋㅋ 맛이 영 입맛에 맞질 않았다..
웬만하면 가리지 않는데. 그래도 돈 아까워서 한 절반 이상은 먹었던것 같다. 먹어야 산다..

후에 합류한 두 친구는 우리가 먹는거 보더니, 가차없이 순례자용 메뉴로 주문을 한다..
똑똑한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