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리뷰

프라하의 묘지 (The Prague Cemetery,움베르토 에코)

rosehill 2018. 1. 9. 00:58




 

움베르토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 2권에서 잠시 언급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 권의 책과 관련있는 내용인데 그것은 바로 닐루스가 쓴 "시온 의정서"(혹은 시온의 프로토콜)와 관련한 내용이다. 프라하의 묘지는 바로 그 푸코의 진자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부분.. 즉,  시온 의정서가 만들어지기 까지의 이야기를 시모니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 그리고 있다.


프라하의 묘지 (The Prague Cemetery,움베르토 에코,2010)

 

 

그러니까, 푸코의 진자를 잠시 기억해보면, 한 여남은 페이지에 걸쳐 "시온의 의정서(혹은 시온의 프로토콜,시온의 칙훈서)"라는 책과 관련하여 소개가 이뤄지고 있는데, 우선 이 시온 의정서의 골자는 유태인들이 세계지배를 목표로 한 그들만의 비밀 규약이 있어왔었고 이것이 하나의 소책자 형태로, 19세기후반 당시 유럽 사회에 공개가 되어지면서 반 유대주의에 아주 극단적인 불을 지핀 하나의 계기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이미 몇년전에 "그림자 정부"라는 음모론 책으로 유명한

"이리유카바 최"에 의해서 국내에 출판된 적이 있다.

조작된 위서로 알려져 있고 푸코의 진자에서 그것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나오고

소설 프라하의 묘지에서는 시모니니라는 인물을 통해 어떤 과정으로

위조가 이루어지는지를 다루고 있다.

 

 

푸코의 진자에서는 교묘하게 위조가 된 책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까지만 소개가 되고 있는 한 책의 역사를, 이 소설 프라하의 묘지에서는 거기에 살을 붙이고, 시모니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책이 완성되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것이다.

 

 

 

드라마 엑스파일(x-files)에서 멀더의 쌍벽을 이루는 미스테리한 인물 소위 "smoking man","smoking cigarret man"("스모킹 맨" 또는 "담배 피우는 남자")으로 불리우는 인물이 등장한다. 4시즌 7번째 에피소드에서 이 인물과 관련된 스토리가 그편 전체에 걸쳐 펼쳐지는데, 50년대 로스웰 사건부터, 60년대 케네디 암살과 킹목사 암살등등에.. 그 자신, 즉 담배피우는 남자가 있었다.. 물론 실제로는 각각 다른 사람들이 벌인일이지만, 드라마상 하나의 인물이 사건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말하자면 어떤 음모를 획책하는 보이지 않는 실체들을 하나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구체화 시켜버리는 것이고 드라마를 보는 관객들은 그 실체를 하나의 인물(스모킹 맨이라는..)로서 기억하게 되는것이다.

 

스모킹 맨(smoking man)

 

 

마찬가지로 이 프라하의 묘지의 가상인물 (우습게도 프라하의 묘지에서 유일한 가상인물은 시모네 시모니니 뿐이다... 나머지는 거의 다 실존 인물들이라고 한다) 시모네 시모니니는 바로 그런, 스모킹 맨 처럼 하나의 인물로 구체화된 상징이다.... 19세기 중,후반에실제 있었던 다양한 국제적 사건들과 여러 계파들과 그들의 알력 관계 속 에서 벌어졌던 일들엔, 그가 존재했었고 다양하고 교묘한 공작들을 통해 이쪽 또는 저쪽을 오가며 그런 세력들의 싸움들을 부추기거나 혹은 와해시키는등의 작업등을 했던 실체...

 

움베르토 에코는 이런 일련의 흐름을 하나의 인물로 구체화를 시켜버린것인데.. 바로 그것이 주인공 시모니니이고 결국 그가 마지막에 탄생시키는 시온의 의정서는 그의 모든 행위의 집약된 결정체로 설정을 한것같다. 왜냐하면 시온의 의정서는 출판 이후에 곧이어 일어나게될 히틀러,나치,2차대전, 유대인 대량 학살( 홀로코스트로) 이어진 비극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단순한 구조로 흘러가기를 거부하고, 약간은 복잡한 구성을 하고있는데 그것은 달라 피콜라라는 또 다른 인물이 그것이다. 책을 조금만 읽다보면 눈치를 채겠지만, 시모네 시모니니와 달라 피콜라는 동일인물이다. 하나의 인물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구성보다, 다른 한명의 또 다른 자아가 등장하여 둘이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그러나 실제로는 서로 다른 자아가 각각 벌인 일들을 서로 일기를 통해 주고 받게 하면서 이를 독자들이 끼워맞추고 추리하게끔 하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 인것같다.. 

 


소설은 파리의 어느 허름한 뒷골목에서부터,  "고급 고물상"이란 간판을 달고있는 허름한 상가 내부로.. 이어 터무니 없는 가격이 매겨진 싸구려틱한 진열된 물건들을 지나 상가 내부 이층으로, 이윽고 한쪽 구석에 허름한 실내복 차림의 늙은이의 어깨너머로 그가 막 글을 작성하려하고 있는것을 보여준다. 이것들은 마치 롱 테이크와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고전영화를 보듯, 카메라가 이동하듯 묘사된다. ( 에코의 다른 소설에서는 별로 보지 못했던 방식같기도 하다. )화자는 이 늙은이가 시모네 시모니니임을 알려주며 이제 그가 작성하는 글,.. 과거를 회상하는 글들을 통해 그의 삶을 독자들과 함께 들여다 보자고한다. 주된 이야기는 이렇게 그가 작성하는 수기, 그리고 달라 피콜라의 수기를 통해 파악하고 중간에 화자가 잠시 개입하기도 하는 식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초반부터 시모네 시모니니의 인종관,민족관,종교관,여성관.. 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지독한 독설로 부터 시작하는데 이 캐릭터가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스모킹 맨을 언급했지만 그나마 스모킹 맨은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라도 있다고 친다면, 주인공 시모니니는 그 스스로 "Odi Ergo Sum,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할정도로 모든것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철저한 회의론자이다. 그래서 그는 이쪽에서도 또는 저쪽에서도 돈만준다면 어느쪽 일이라도 위조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해낸다. 유일한 그의 낙은 미식가로서 맛난 음식에 탐식하는 즐거움이 전부다.

 

이런 시모니니라는 독특한 인물과 그리고 그와 다른 측면에서의 또 다른 자아 달라 피콜라 신부.. 그들이 앞으로 벌이게 될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에서의 어두운 족적, 이들을 통해 19세기 중,후반의 역사적 사건들 그중에서도 그런 사건들의 이면에 있었던 일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것같다. 물론, 움베르토 에코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양반이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이기에 어김없이 여러가지 지적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서 이탈리아 역사라든가 19세기 유럽에서의 어떤 흐름들에 빈약한, 나 같은 경우에 여러번 아이패드를 들고서 이것저것 찾아 봐 가면서 읽기는 했지만 말이다...ㅋ

 

 

프라하의 묘지 세트
움베르트 에코 저/이세욱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