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끄적임

나사의 회전 (Turn Of The Screw,Henry James,1898) 영화 공포의 저택(The Innocents,1961)

rosehill 2018. 11. 18. 16:15

 

 

예전에 읽던 책들을 가끔 끄적끄적 해보려 하는데, 어쩌다 보니 최근에 읽은 것들만 끄적이게 되는것같다.

(읽지 못하고 쟁여둔것도 몇 개 되는데. 쩝..)

 

 

하여간 The Innocents(우리 제목은 공포의 저택이라는 제목이 붙었던)이라는 61년도에 만들어진 흑백 영화를 보다가, 원작 소설이 궁금해져서 바로 몇 일전 읽은 책이다. 영화 자체가 짜임새가 있다고 느껴진데다가 아이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심리묘사가 인상적이어서 읽게 되었는데, 헨리 제임스(Henry James)에 의해 1898년에 씌여졌고, 소설 제목은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이라는 얼핏 그렇게 어울려 보이는 제목은 아니다. 1898년 1월부터 4월까지 미국의 한 주간지에 연재되던 소설을 그 해 후반에 출간했다고 한다.

 

 

 

한 대저택에 새로 "기든스"라는 가정교사가 부임해오고, 거기서 천진난만하고 똑똑하며 나이에 비해서 조숙해 보이는 두 남매, 마일스와 플로라를 만나게 된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일찍 여위고 다소 방랑벽 기질이 있는 큰 아버지에게 맡겨진 이 아이들은, 거의 집에 기거하지 않는 큰 아버지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시골에 있는 대 저택에 그들끼리만 남겨지게 된다. 결국 가정교사 기든스는 이 착한 고아 남매의 선생이자 보호자가 되며 두 남매와 하인들 특히 그로스 부인이라는 맘씨 좋은 하녀와 함께 대 저택 생활에 들어가게 된다.

 


이들을 교육하는 가운데에 저택에서 어두운 환영을 목격하게 되고. 결국 환영은 이 저택에 있었던 두 명의 인물, 사망한 전임 가정교사 제슬양과, 피터 퀸트라는 한 하인의 환영임을 알게된다, 가정교사는 그 환영들이 아이들과 관련하여 과거에 뭔가 혹은 어떤 사건들과 관련있다고 판단하고 환영들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하게 된다.

 

 


얼핏보면 완벽하다. 아이들과 죽은 교사 제슬양 그리고 피터 퀸트라는 하인과 관련된 좋지 못한 기억들이 있었고 아이들 내면에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상태에서 그 환영에 시달리고 있었고 가정교사는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 내면에 잠재된 그런 트라우마를 발견하고, 그런 트라우마 즉, 아이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어떤 무언의 존재를 외부로 끌어내면서 아이가 그 공포에 맞서게 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를 구하겠다는(치료하겠다는) 헌신하는 교사의 이야기가 된다.

 

여기서의 유령은 바로 그런 여인이 발견한 아이들 주변에 어른거리는 공포의 대상이 형상화 된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고, 구체적으로 그것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아니면 그것은 독자의 판단에 맡기거나..)

영화나 소설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단지 뭔지 모를 어떤 심리적,혹은 육체적 학대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준 인물로 묘사되고있다.

덧붙여서 이 해석으로 영화를 보면, (내가 처음에 원작을 안 본 상태에서 영화를 봤을때 지금처럼 해석을 했었지만.....)  아이들이 예절바르고 지극히 조숙한 모습으로 행동하는 모습들이나 또는 공포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 의연하게 이야기의 화제를 돌린다거나, 하는등의 연기나 심리묘사는 소름을 돋게하고, 선생이 그런 아이들의 숨겨진 공포심을 캐취해내고 그 내면 깊이 들어가서 아이를 치유하려고 하는 모습 역시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모든 내용들은 사실 한 여인의 수기에서 이야기 되어지는 것들이다. 영화에서는 짧은 독백으로 시작하지만, 소설에서는 더글라스라는 초반에 등장하는 어떤 화자의 친구인듯한 인물의 소개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그리고 그가  그전에 알았다던 한 여인의 수기를 낭독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이런 류의 소설등은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이 수기를 기록한 이를 신뢰하고 그 이야기를 사실로서 받아들이게 끔 무언의 약속이 되어있는데, 헨리 제임스의 이 소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두고있다.


그래서 달리 해석하자면 모든 것은 여교사의 지나친 착각과 지나친 집착...  그런 집착에는  그녀가  시골목사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통제되고 엄격한 규율속에 자란 환경, 또 처음에 그녀를 고용한 세련되고 자유분방한 중년의 신사에게 가졌던 애정 그리고 하인들 외에 아무도 없는 적막한 저택, 뜻밖에 그런 대 저택의 안주인처럼 되어버린 상황과 적막함과 외로움...  무엇보다 그 저택으로 중년의 멋진 신사를 불러들일 만한 어떤 구실을 찾기 위한 복잡한 심리적 상황이, 존재 하지 않는 유령을 만들어 내었다는 해석으로 귀결된다. 만일 그런 해석으로 보면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버린다. 헬렌 켈러를 훈육했던 설리반 대신 미저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이런 신사(즉, 두 남매의 큰아버지)에 대한 가정교사의 흠모를 좀더 엿볼 수 있다. 그녀가 이 일을 선택한데 있어서도 세련된 신사에게 마음을 빼앗겨 벌인 일이 조금 더 소설에서는 부각되고있다.


이런 애매모호함을 나름대로 잡아 줄 수 있는것이 두 인물들 즉, 가정교사와 남매들.. 이들 외의 제3의 인물이 필요한데,  소설 전체에서 중심추 비슷한 역할을 하는 그로스 부인이라는 착한 노년의 하녀가 있다. 이 하녀는 가정교사 다음으로 일종의 빈 대저택의 다수의 하인들과 함께 안방살림 혹 아이들의 보모 역할까지 하는 사람인데, 이 부인이 가정교사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어느 정도 그녀가 본 실체가 아주 모호한 존재가 아님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퀸트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했다거나 그녀가 본 환영이 이전에 사망한 여자 가정교사와 유사함을 확인 시켜준 모습들은 그녀가 뭔가 보기는 본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면 아이들이 보았는지 그리고 그로스 부인 본인이 보았는지에 대해서는 수기의 글을 통해서는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래서 이 소설은 애매모호한 형태를 띄게 되는것같다.

 

플로라는 유령을 보았을까, 보지 못한 척 하는 것인가.

 

그럼 과연 그녀가 보았던 "유령"이라는 하나의 "실체"가 실제 보였던 것인지 그리고 그녀 말대로 아이들도 보았는데 자신에게 감추기 위해서 아이들이 못 본척 연기를 한 것인지.. 그게 아니면 그녀는 유령을 본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그들의 무언의 공포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것인지..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기 위한 훈육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실체에서 자신의 억압된 욕망의 분출로 공포의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인지.. 또한 결말이 비극적인데 과연 마일스는 그런 비극적결말의 희생양으로 봐야할 것인지 아니면 공포의 존재와 맞대면 하고 피하지 않고 싸워 이기면서 그의 영혼이 자유롭게 되어버린 것인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아이들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찍은 샷.웃는 아이들 뒤로 뻗어 있는 그림자라든가,

촛불에 비치며 잠깐 차가운 인상을 보여준 샷 같은경우는

가정 교사 입장에서 느낀 공포감을 관객에게 잘 전달 해준 것 같다.

그것이 교사 개인의 착각이든 그렇지 않든

 

 

영화가 계기가 돼서(뜻밖에 이런 계기로 책을 고른 경우가 제법 되는 것 같다. 내 경우..) 읽어보았는데 흥미롭게 봤던 것 같고 영화랑 비교해 보기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자체도 만족스러웠고 가정교사 역의 데보라 커의 연기도 연기지만, 아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장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가며 혼신의 연기를 다했던 마일스 역할의 마틴 스테픈스(Martin Stephens)의 아역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이 친구, 아니구나 이분이구나 49년생이니  Village of the Damned(저주받은 도시,1960년)에도 출연한 적 있는 배우였다. 쪼금 낯이 익었다 어쩐지.

 

 

 

 

어린 마일스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아역배우 마틴 스테픈스

(imdb엔 최근의 모습도 실려있다. 요런거 보는 재미도 쏠쏠함

https://www.imdb.com/name/nm0827101/mediaviewer/rm3327206144)

 

 

 

영화 공포의 대저택(The Innocents,1961)

소설 나사의 회전(Turn Of The Screw,1898,Henry James)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선정한 단편집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를 하나씩 하나씩 사 모으고 있는중인데, 여기에 헨리 제임스 단편도 마침 포함되어 있길래 추가적으로 같이 구매하였다.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저/최경도 역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저/정상준 역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저/이승은 역
예스24 | 애드온2

국내 출판사에서는 3개가 나오는데, 내경우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골랐다.

읽다 보니 좀 드라이 한 느낌이 들었는데, 미리보기를 통해서 잠깐 잠깐 들여다 보고

가독성이나 번역의 매끄러운것등을 고려해서 비교해서 골라보는것도 좋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