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Stamp (st.jean pied de port 8.15)
2009년 당시에 쓴 여행기이기에 이 당시에 지금처럼 일일이 구글 맵등으로 확인 할 수 없었던 상황에 쓴것이라, 이 당시에 잘못 표기하거나 혹은 장소를 잘 못 알고 있는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여행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보다 최근에 다녀오신 다른 분들의 여행기를 참고하시는것을 권유합니다. (2024.3월 )
4일간의 파리 관광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어젯밤 느즈막히 들어온, 브라질 커플 둘은 여전히 쿨쿨 잠들어있고,
아마도 오늘밤 부터는 좋은 취침을 할 것이다. 코골이 멕시칸 여사님이 오늘체크 아웃이니 말이다.
여행전 챙겨왔던, 한국 전통 문양의 책갈피 세개를 4일간의 룸메이트들의 침대에 꽂아놓고,
조용히 호스텔을 나선다.
눈을 부시시 뜨고 일어나 호스텔문을 열어주는 야간 호스텔 담당인 프랑스 친구에게도 책갈피를 하나 선물로 주고,
길을 나섰다. 한국에서 선물용으로 가볍고 저렴하고 한국적인것 ...역시 책갈피가 딱인듯하다...
알로하 호스텔.. 4일간 묵었던 호스텔이다.
이제 작별을..
몽파르나스 역에 도착, TGV를 타고 바욘으로 향한다.
5시간여의 제법 긴 시간 동안, 피곤한지 잠이 쏟아진다...
바욘에 도착.. 이제 바욘역에서 생 장 피드 포르로 가는 표를 끊었다.
대강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할 듯 하다... 기차역 플랫폼에 앉아 음악듣고, 점심을 먹고, 쉬면서 느긋하게 기다렸다.
크럼플러 카메라 가방과, 45L배낭...
끝까지 함께 할 가방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동안, 택시로 짐 배달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물론 유료다
그러나 큰 이상이 없는한 서비스를 이용할 일은 없을것이다.
이 두가방은 끝까지 메고 갈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가끔 귀찮은 짐가방처럼 그냥 던져버려 버리면 얼마나 쉬울까 하는것들이 있지만,
삶이 그렇게 쉽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때론 무겁지만 지고 가야 할 것들이 있는 법이다...
속속들이, 제법 큰 배낭을 멘 사람들이 보인다.
다들, 생 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임이 느껴진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12제자중 하나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다..
지금처럼 프랑스 국경인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로 가는 길 외에도..
포르투갈쪽에서 오는길 해안길을 따라오는길등 또 다른 여러 길이 있다.
혹은, 여행중 만난 이들을 보면, 어떤 친구는 로마에서 부터 걸어온 친구도 있고,
자기가 속한 나라에서 부터 출발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유럽에 사는 이 일경우에...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
다양하지만 그 모두는 전부 산티아고로 향한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는 바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란 뜻이다...
이윽고 생 장 피드포르행 기차가 도착하였다.
역시나 배낭을 멘 몇몇의 무리들이 기차에 오른다. 순례자들이다... 제각각 무리로 혹은 혼자서 왔지만,
하나같이 산티아고로 향하려는 사람들이다.
작은 열차인데, 에어컨도 없고 완전 찜통이다.
여기서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 20살 짜리 친구인데 이 친구 원래는 팜플로나의 스페인 친구를 만나기로 하였는데,
열차에서 산티아고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도 하루 정도 걷고 싶다고 같이 걷겠다고 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꽤 여행 경험도 많은 친구였다. 이 우연한 길동무에게 첫날 제법 많은 도움을 받았던것 같다.
생장 피드 포르 도착... 배낭을 멘 여러나라의 관광객들이 들뜬 맘으로 열차에서 내리고있다..
생 장 피드포르.. 프랑스-스페인 국경 지대에 위치한 마을인데, 맨날 도심지만 돌아다니다 시골 마을을 오니, 조용한곳이 참 좋다..
또 마을도 아담하고 이쁜마을이다...
일찍 도착한다면, 하루 정도 둘러 보고 싶은 곳이다..
바욘의 열차 안에서 만난 친구... 이름이 모 회장님 이름과 같다.. 한참웃었다..
20살인데 여행 경험도 많고, 뭣보다 이친구 너댓개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
그래놓고 외국친구들한테는 자기는 typical 코리안 이라고 하니.. 아~ 그럼 난 뭐가 되냐고.... --;
암튼, 열차에서 순례길 이야기를 듣고, 필받아서 하루 걸어 보겠다고 한다.
첫날 걷는 길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길인데,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그렇게 우연찮게 길동무가 생겼다...
깃발이 걸려있고.. 오늘 생 장 피드포르는 무슨 축제의 날 같았다..
사람도 많고, 곳곳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이 마을의 첫 느낌이 참 좋았다..
노란색 옷을 입은 마을 주민들이 악기를 들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신나는 음악을 연주한다.
음악이 너무 신나서, 길을 걷다 말고 한참을 구경을 하였다...
프랑스 지역이나, 이지역 사람들은 바스크인이다. 바스크인들의 축제날인듯하다..
좀 늦게 도착한지라, 일단 알베르게는 꽉 찬듯하여, 친구가 그냥, 민박에서 잡자고 해서, 민박을 숙소로 잡았다.
뭐 프랑스어도 술술 해대는 친구라 그렇게 어려움 없이 대번에 방을 잡고,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먼저, 순례길 걷기를 위한 순례자 등록을 하기 위해, 순례자 안내소를 찾아가 본다.
언덕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왼쪽편에 위치해 있다..
순례자 안내소에서,... 이곳에서 몇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순례자를 위한 "크레덴시알"을 받는다.
순례자 임을 알려주는 증표이자, 일종의 패스포트와 같은것이다. 순례자용 여권이랄까..
작성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안내 하시는 분도 영어쓰시는 분과 불어, 스페인어 쓰시는 분이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작성 할 수 있다..
다행이, 같이간 친구가 도와줘서 금방 마칠 수 있었다.. 고마웠어~ ^^
처음 받은 도장.. 생 장 피드포르 마을 도장이다... 이제 이 크레덴시알과 함께 , 순례길이 시작된다..
걷는도중 숙소(알베르게)나 혹은 안내소 등지에 도착하며 저기에 도장을 찍어준다..
숙소잡는 곳에서 받아도 되고, 가다가 지나치는 마을에서 받을 수도 있고, 내 경우 지나치는 마을에선 받지 않고,
머물고 쉬는 마을에서만 도장을 받았다..
등록을 마치고, 슈퍼에 잠시 들러 먹거리를 장만했다.
내일 걸으면서 먹을 것들이기에 과일 물, 쥬스등.. 몇가지를 장만하였다..
축제날이라 거리에서 재밌는 공연들이 많이 벌어 지고 있었다..
축제도 축제지만, 지나는 이들의 표정이 참 밝았던 기억이 난다..
바스크족 마을 분들도 참 친절했고, 뭣보다 참 여유롭게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시작하다 점점 빨라지는 짤막한 음악인데, 약간 우스꽝 스럽게 연주를 해서,
구경하는 이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렇게 큰 마을은 아니지만 마을이 참 아담하고 이쁘다..
주변에 오르막길이 있고 성벽같은게 있었는데, 올라가 보진 못했다. 일찍 마을에 도착한다면 주변에 아마 볼거리가
많이 있을것 같다.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저녁은 제법 근사하게 먹었다..양고기 요리 였는데, 마침 함께한 친구에게 주문을 맡겨봤다..
사람이 꽤나 붐비는 노천 레스토랑이었는데, 이 집 물맛도 참 좋았다..
양고기 요리는 아마 입맛에 맞을거라며 권한건데, 역시 입맛에 딱이었다..
식당 주변에서 고기굽는 냄새가 아마도 이 양고기 요리 였나보다..
bar에서...
친구가 밥 먹었으니 한잔해야죠.. 하길래 따라 들어갔다..
혼자 여행하면, 사실 혼자 들어가 와인을 먹거나 하는것이 힘든데, 마침 잘됐다..
바 구경도 하고, 와인과 술맛도 좀 보고. 근데 뭘 주문해야 되냐...? --;
이건, 이지방 전통 과일주란다..
맛이 맥주 비슷하면서도 그렇게 독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후에 스페인에서 갈리시안 와인을 먹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맛이 비슷했다...
상그릴라도 주문해서 맛보고, 이건 맛있어서 한잔 더 주문해서 마셨다..
주변에 관광객들과 바스크 주민들이 안에서 흥겹게 노래부르고 춤을 춘다.. 분위기가 참 좋았다..
마지막은 맥주로...
약간 취기가 올라 밖에 나오니, 이 지역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시 말이 되니까.. 바로 그냥 대화가.. 부럽네.. ㅋ
이 친구들한테 빨간 목도리와 하얀 티셔츠.. 다들 이거 입고 있던데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니,
빨간색은 자유,흰색은 평화를 뜻하는 거라고 한다.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도 밖에는 음악소리가 한창이다.. 내일 부터 본격적인 순례길의 시작이다.
술기운에 잠이 잘 올듯하다..
* 순례자 사무소에서 받은 안내서중 하나 (앞면과 뒷면, 볼펜 표시된 부분이 머물렀던 마을이다. 처음에 많이 걷다가
후반부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 조금씩만 걸었다)
대강 생장에서 산티아고 까지의 길과 고도, 그리고 하루에 걸을정도의 적당한 거리를 끊어서 안내를 하고 있다.
이대로 걸으면 34일이면 산티아고에 도착하게 된다.
당초 계획은 이 A4용지가 안내하는대로 무리 하지 않고 하루에 딱 정해진 길까지만 가려고 하였으나
초반에 조금 빨리 빼는(걷는 속도)바람에 저기서 안내하는 방향에서 좀 어긋나버렸다.
다른 외국인 친구들은 저마다 산티아고 순례길과 관련한 손바닥 만한 가이드 북을 가지고 있었다.
다들 자신들의 나라에서 가져왔거나, 혹은 어디선가 구매한 영문판이었는데, 내 경우 달랑 순례자 사무소에서 받은
이 A4용지 하나만을 가지고 여행했다. 후에 다른 한국인 아가씨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나처럼 이 A4용지하나에
의존하고 걷고 있었다.
비단 나만 그런것은 아니었나 보다.. ^^ A4용지 한장이지만, 뭐 그리 여행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던것 같다..
다만, 간혹, 두 방향의 길이 나올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때 조금 불편했다는것 빼고...
보통 전날 알베르게에서, 내일 갈 길에 관해 물어보거나 하면 그것도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저 곳에 소개된 길대로 간다면 아마 쉽게 여행 할 수 있을것이다.
내 경우, 소개된 코스는 너무 느렸다.. 보통 저 한칸 을 조금 넘어서 그러니까, 저기에 3일분을 2틀에 걷는 정도가
나한테 딱 이었던것 같다..
그러나, 애초 일정을 산티아고 까지만을 34~5일을 잡았었기에...(지금 생각하면 너무 널널하게 잡았다.. 산티아고까지만을
28~30일 정도가 적당하지 않았나 싶다.) 하여, 본의 아니게 후반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bgm) Canned Heat - Going Up The Count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