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지혜는 실용적인 지식들의 무분별한 집적을 통해서 얻어지는것이 아니라, 모든것들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것을 파악하는데 있다. " - 헤라클레이토스 -

_2009 Europe/__Camino De Santiago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1일째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rosehill 2009. 10. 23. 00:34

피레네 산맥 정상부근 에서 (8.16)

 


산맥을 넘는거라 아침 일찍 출발 하려 하였으나, 같이 걷기로한 친구가 짐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조금 늦게 출발했다.
애초에 도보 여행계획이 없었던 친구라 짐이 꽤 크고 많았다.. 오늘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로 짐을 배달 시키려면
순례자 사무소 문을 오픈한 8시 이후에 가능하다...


짐을 붙이고, 사무소에서 순례길의 상징인 조가비를 장만했다..
조가비를 배낭에 묶고 길을 나선다..



생 장의 아침.. 소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늦으막히 올라가는 다른 팀들이 멀리 보인다...



같이 동행한 이군의 배낭.. 항상 태극기를 꽂고 다닌다고 한다.
나도 태극 마크의 뺏지를 달까했는데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달고 다닐걸 그랬다..
다들 나를 인디오로 봤기때문에 여행중에 수도없이 "no no no I'm Korean. South Korean"이라고 해명 하고 다닐 정도였으니...ㅠㅠ
뭐냐... 후에 만난 한국인 마저도, "저분이 한국분?" 이럴 정도 였으니..

사실 여행 시작하고서, 초반에 급격하게 살이 좀 빠졌었다.. 거기다 얼굴은 탔지,.. 내가봐도 이건 뭐.. 인디언도 아니고..
그래도, 이탈리아나, 스페인사람으로 본건 좀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이군은 볼리비아 사람 같다고 놀렸었다.. 볼리비아는 또 뭐냐.. --;


숨차게 어느정도 오르다 바라본 마을. 여긴 그래도 아주 급경사는 아니다...
배낭에 카메라 가방 각개메어.. 그래도 걷는걸 좋아해 어느정도 걸으니 금방 적응이 된다...
걷다 보면 숨이 찬데.. 이 숨이 찰때의 느낌이 참 좋다.. 아마도 이런것 때문에 많은이들이 걷는게 아닐까 싶다..


풍경을 바라보며 멋드러지게 담배를 한대 피고 계신 이분은 독일분이다.
성함은 모르겠고.. 50대 후반정도인것 같았고..
전날 이군을 만나기 전에, 바욘에서 표끊을때 만났었는데, 아마 같은 TGV를 탔던 분같다..
여행을 좋아하고, 아시아쪽은 아직 못가봤지만,유럽 외에 아프리카쪽 까지 두루 다니신 분이다..
이날 보고 못보다가, 10여일 후 쯤이던가.. 알베르게에서 또 한번 만났다..
스타일이 혼자 다니는걸 좋아하는 좀 나랑 비슷한 스타일인듯했다..


 같이걸으면서 연실. "걸어서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가는거.. 멋지지 않아요?" 라며 이야기하던 이군..
그것 때문에 오늘 이렇게 길을 걷고 있다.. 팜플로나의 친구한테는 좀 늦을거라고 연락을 하였다고 한다.
비닐에 든것은 간식거리.. 요긴하게 먹었다.. 물론 내 배낭 속의 간식도 ... 냠냠..

여기가 orison 알베르게겸 bar.. 안내서를 보니 아직 피레네 중턱도 못왔다.
하지만 이곳 이후에는 론세스 바예스 까지 알베르게나 상점, bar가 없다....
의자에서 쉬고있는 두 친구는 이탈리안 친구들 니콜라와 그의 친구...

지금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나중에 자주 보게되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인다..물론 지금은 서로 잘 모를때지만..

여기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고 제법 쉬었다 갔다.. 우측 테이블의 독일 친구들에게 담배 한대 얻어 피고,
가져간 녹차 티백을 주었다..생수병에 넣어 마시면 좋다고 얘기해줬다....



강아지와 함게 걷는 이도 있었다.. 의외로 제법 있었다 이런분들이.
심심하진 않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멀리 하얀 점들.. 양떼 들이다..
초원에 풀어놓은 양떼들이 멀리서 하얀 점처럼 보인다. 사진 상으로 평지 같지만 꽤 먼거리다..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문득 제작년 갔었던 소백산이 떠올랐다..
피레네 산맥을 넘는데, 길이 닦여져 있다.. 가끔 차들도 지나가곤 했다.. 이곳이 피레네산맥을 넘는것중 가장 넘기 쉬운 곳이라한다.


저 멀리 우리가 지나온 길에 또 한명의 순례자가 걷고있다...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까..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배낭엔 어제 빨았던 수건이 덜 말라 배낭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햇빛만 강하면 금방 마른다.. 슬리퍼가 양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오늘 아침 구한 조가비가 매달려 있다.
피니스테레까지 끝까지 함께한 것들이다.















정상 부근에서..



가끔씩 차들이 지나 다닌다.. 처음엔 좀 걸리적 거렸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만일의 사태때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 싶어
다행이다 싶다.. 혹시라도 발길 뜸한 이곳 정상부근에서 순례자가 사고를 당하거나 특히 혼자 걷다 사고가 난 경우에 지나는 차들이 큰
도움이 될것이다.


Buen Camino (부엔 까미노~ , 좋은길 되세요~)

자전거로 피레네를 넘는 사람들... 지나며 인사를 한다..
자전거족들을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된다... 의외로 굉장히 많은 이들이 자전거를 이용해서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었다.


양들의 습격.. 길을 점거해 버렸다..
하지만 이곳에선 이놈들이 주인이다.. 우리가 놈들의 영토를 침범했다...

방해 받지 않고 넓은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양들의 모습이 평온해 보인다.


정상 부근에서 ... 인터넷이나 책에서 많이 보던 곳이다.. 직접 이곳에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걸어온 길이 꽤 멀게 느껴진다..




약수터..?
간만에 물을 발견하고 시원하게 발을 씻고있는 이군.
곧 군대갈거라고 군대 어떠냐고 많은걸 물어봤던 친군데.. 사실, 내가 이친구라도 군대 가야 한다면 좀 막막한 기분이 들었을것이다.
그저 가기전에 맘껏 여행 다니라고 얘기해 주었다.
내가 있었던 부대에선 완전군장에 시간당 5km씩 뺐었다는(행군했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
특수 부대는 아니었지만, 우리부대가 좀 걷는 부대였던지라.. ㅎㅎ


앞으로 자주보게될 노란 조가비 표시 그리고 노란 화살표..
올레길 걸을때처럼.. 그저 방향만 따라가면 된다..

이윽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목적지 론세스 바예스에 도착하였다..
이제 여기는 스페인이다... 어느샌가, 프랑스를 지나 스페인에 도착한것이다.
알베르게에 가서 도장을 맡았다.. 이곳 숙소가 꽉차 다른 숙소로 안내한다..
첫 도착지다 보니, 워낙 많은 이들이 오는 곳이라, 다른곳에 숙소가 더 마련되어있다.. 

이곳에서 50여미터 근처에 콘테이너식 알베르게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한다.
침대는 6개 2층침대.. 샤워실,화장실은 한쪽끝의 콘테이너에 마련 되어있다..

순례자용 식사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일것이다.
이군이 재빠르게 예약을 했고,  여장을 풀고..샤워 및 빨래를 하고 침대에 누워 좀 쉬었다.
발바닥이 좀 얼얼하다... 첫 걸음이라 1주일 정도는 물집 좀 잡히고 발바닥이 좀 고생좀 하게 될 것이다.



bar와 식당이 있는곳.. 인터넷 가능하다.. 1유로에 30분 이었던것 같다..
현금 인출기도 있었다.. 이곳에서 현금 인출을 시도 했는데 카드 비밀 번호 대신에 통장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인출이 되었다.. 사실 그동안 에러가 나서 카드가 신경쓰였었는데, 다행이 되고 나니 맘 한구석이 편해졌다...


저녁은 식당에서 순례자용 메뉴가 나왔다..
파스타와 생선 요리 였는데.. 아 이건아니다... 생선 작은거 2마리라니..
같은 테이블의 다른 순례자들도 약간 실망한듯한 눈빛이.. ㅋ
바게뜨로 부족분을 좀더 채워주고 식당을 나섰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날이 꽤 쌀쌀했다. 제법 고지대라 그런것같다..바람도 많이 불고 해도 일찍 졌다..
긴 여정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