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리뷰

루퍼트 셸드레이크(Rupert Sheldrake) - 과학의 망상

rosehill 2018. 12. 1. 00:22

 

 

 

 

 

90년대에 만들어졌던 영화 콘택트(Contact)에서는 미지의 소리를 찾는 여성 과학자인 주인공 앨리(조디 포스터)가 등장한다.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것들만 신봉했던 앨리는. 영화 말미에 자신이 경험한 외계 행성의 방문과 그들과의 조우를 상대에게 납득을 시키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불신하던 "믿음"을 요구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만다

 

 

 

현대의 수 많은 과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마지막 입자를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다. 모든것은 쉬워보였고 금방 도달해 보일듯 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것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질서에 지배된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거시세계와는 다른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존재 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주와 행성의 운동법칙과는 다르게 우리들의 몸을 포함한 모든 물질의 아주 작은 세계.. 우리가 미시세계라 부르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물질을 쪼개면 쪼갤 수록 하나의 입자가 나오는것이 아닌 진동하는 끈이 등장하고,(끈이론), 자그마치 10차원의 평행우주가 등장한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유명한 명언으로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방정식을 완성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이루지 못했다. 중세 신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무지와 박해에 시달렸던 그들이 이제 반대로 철저한 과학적 테두리 안에서만 모든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 옛날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수도사는 21세기 현재에 백색 가운을 입은 장님 호르헤의 모습으로 우리앞에 서 있을지 모른다.

 

 

셸드레이크와 같은 과학자들은 이런데에서 의문을 던진다. 과연 과학이 모든것을 해결 할 수 있는가? 과학의 망상이라는 책은, 그런 전통적인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10가지의 과학적 도그마, 절대적 진리로 여겨졌던 것들에 관한 반박을 시작한다.

 

 

 

 

아울러 자신의 이론 "형태 공명설"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여 지는데, 형태 공명설은 골자만 보면, 보통 진화론과 관련된 이야기들중에서 우리가 학창시절에 잠깐 배운적 있었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은 이를테면 기린이 높은 곳의 나뭇잎을 따먹기 위해서 목을 늘리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후손대로 이어지면서 기린이라는 목이 긴 짐승이 출현했다고 하는 설이다. 그러나 이후에,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정의를 통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것은 유전이 되지 않으므로 용불용설은 틀린 이야기다라고 정의 된 바 있었다.

 

그런데 이 형태 공명설이 바로 그런 죽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다시 살리고 있다. (후성 유전학 분야가 이것과 관련되어있다고한다.) 즉, 형태 공명설은 하나의 어떤 "장" 이 있고 이 장을 통해 모든 생물 ( 혹은 무생물 마저도 ) 연결이 되어있는데, 어떤 종이 특이한 변화를 가지면, 뜬금없이 동일한 종 중에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종이 등장한다는 식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수는 형태공명장을 통해 공명하면서(말하자면 하나의 파동처럼 공진하면서) 점점 그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설이다.

 

 

기린의 예를 들자면, 기린이 어떤 나뭇잎을 따먹기 위해 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면, 즉, 목이 늘어날 정도로 자신의 어떤 형질을 변화시키는 법을 터득했다면, 동시에 동종의 기린들 중에서 지구 어딘가의 기린들도 이와 유사한 행동들을 통해 점차적으로 목이 길어 질 수 있다는 말이된다.

 

 

셸드레이크는 이것들이 이런 생물 뿐 아니라, 물질계 모두를 포함하는데 책에서는 몇 가지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 설탕의 일종인 투라노오스는 1920년대에 처음으로 결정화 되기까지 몇 십년동안 액체로만 여겨졌다. 그러다가 투라노오스는 세계 곳곳에서 결정체를 형성했다. 다른 많은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화합물의 결정화가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다..."

 

 

"... 더욱 놀라운것은 한 종류의 결정체가 나타나고 그 뒤에 다른 것으로 교체된 사례들이다. 껌에 감미료로 사용된 당알코올 자일리톨은 1891년 처음 나타났는데 최초로 결정체가 만들어진 1942년까지는 액체로 알려져 있었다. 이 결정체의 녹는점은 섭씨61도였다. 그런데 몇 년 후 섭씨 94도의 녹는점을 가진 또 다른 형태의 결정체가 나타났고, 그 뒤로는 첫번째 결정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정 화합물을 합성해 냈는데, 어느 순간 점점 그런 화합물들이 만들어지는 확률이 증가 한다거나,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비중이 높아진다거나 하는 현상들, 쥐들의 시험에서 1세대에서 가리켰던 학습효과가 2세대에서 나타난다거나 하는등과 같은 것들이 그런것이다....

 

화합물같은 무생물과 같은 영역에서도 저러한 현상들이 발생한다는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은 고작 몇 개의 과학 서적이나, 다큐멘터리 정도를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신선하고 재미가 있다. 물론 연관하여 다른 책들도 봐야할 게 많다는 새삼스런 진리를 느끼기도 했지만, 나열된 10가지의 셸드레이크의 반박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들이나 형태 공명장에 대한 설명에 대한 여러 근거들에 대해서 실제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거나,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논란이 될 수 도 있을것이다.

 

이런 쪽의 과학들이 조금씩 어떤 움직임들을 보인다는 것이 과학 문외한 입장에서도 앞으로 흥미롭게 지켜 봐야 할 것들이 아닌가 생각된다..셸드레이크의 형태 공명설의 입장대로라면, 이런 움직임들이 시작 되었다는것 즉, 기존 과학의 틀을 깨고 범위를 확장시키려는 이런 시도가 하나의 시드(Seed)가 되서 발생장 내에서 새로운 공명의 시작으로 머지않은 미래에는 새로이 융합된 형태의 과학이 뭔가를 떡 하고 발견하거나 창조해 낼 수 있지 않을까? 기존 과학이 풀지 못했던 숙제를 풀어내지는 않을까? 수많은 이들이 찾으려고 하는 하나의 방정식에서 빠진 상수는 아닐까?

 

관전자의 입장에선 설레는 일일것이다.

 

 

 

 

다시 콘택트로 돌아가서, 때론 하나의 직접 경험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믿음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혹은 보이지 않는 실체(신,창조자)를 증명하기 위해 때론 과학적 방법론등이 요구 될 때가 있다. 과학과 비과학으로 여겨지던 것들중에 어떤것들은 각기 다른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동일한것의 다른 측면일지 모른다. 전기와 자기장 처럼... 그 동일한 것이란, 우리의 기원을 찾으려는 것과 같은 "진리에 대한 추구"일 것이다.

 

과학적 근거를 신봉하던 앨리는 이제 자신이 직접 체험한 실체를 증명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그녀는 믿음이라는 하나의 비 과학 영역의 도움을 받아야만이

자신이 경험한 실체가 인정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영화속에서 앨리의 연인 파머 존스는, 그녀가 체험한것을 즉, 그녀가 주장하는 실체를 "인정"해 주었다. 여기서 신학자인 파머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체험 그것도 어찌보면 신학자로서 신의 영역과는 대립될 수 있는 외계인과 관련한 것을 인정 했다는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적 근거로만 설명될 수 없는 영역의 산물로 인한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이었다.

 

 

 

 

* 이후에 형태공명설과 관련하여, 하나의 신과학운동으로 불리우는 이런 흐름이 이미 90년대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지금은 어느정도로 알려졌는지 모르겠지만, 2020년 가까이 되는 지금에 다시 이런 책들이 발간이 되고, 주목 받는다는것이 어쩌면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장이 형성되어 일부가 되어버린 시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다 더 그러한 것들에 대해 공감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셸드레이크가 이야기한 형태 공명에 의해 공진하면서 확장되어 가며 나타나는 현상의 시작일까? ㅎㅎㅎ

 

과학의 망상
루퍼트 셸드레이크 저/하창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