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지혜는 실용적인 지식들의 무분별한 집적을 통해서 얻어지는것이 아니라, 모든것들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것을 파악하는데 있다. " - 헤라클레이토스 -

_2009 Europe/__Camino De Santiago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 16일째 Sahagun ~ El Burgo Ranero

rosehill 2009. 11. 15. 03:08
Santiago 315km (spain,8.31)



벌레의 습격..


이길을 걷기 시작한지 보름이 훌쩍 지나갔다.
처음 시작할때 보다 많이 적응되고, 여유가 생겨가는것 같다.
처음시작할때 너무 많이 빠르게 걸어서 단숨에 지나쳐 온것같다.. 이제 천천히 조절 해가면서 걸어야 할듯하다.

그나저나, 간밤에 벌레 물린데 가려움증으로 한참 고생했다..
역시 단순한 모기같은 벌레가 아닌듯하다, 연고를 발라 좀 낫긴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제 종아리쪽에도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그 유명하다던 유럽산 빈대 인가..?


알베르게를 빠져 나와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제 궂이 아침 일찍같이 출발할 이유가 없을듯 하다. 날씨도 쌀쌀하기도 하고,.. 일정이 너무 빨리 끝나버려도 곤란하니까말이다.


Sahagun마을을 지나며.. 기찻길이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다.





대로를 따라 한참을 걷는다..
산티아고 315km남았다는 글귀가 보인다. 315? 생각보다 많이 걸었다.. 정확한 수치같지 않지만 대략 3~400남았다고 보면
될것 같다...

길을 가는 중에 발견한 누군가의 묘비.
산티아고 길을 걷는 중에 불의의 사고로 죽은 이를 위한 추모비가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peregrino라 씌어있는것으로 봐서
그러한 추모비 가운데 하나인듯 하다..

중간 마을에서 다시 만난, john할아버지, 참 여유가 있으신 할아버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분이시고.
유머감각도 풍부해서 가시는 곳마다 웃음을 만들어내시는 분이다.
burgos 알베르게 1층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어디서 왔냐며 먼저 말을 거셨던분이다.
내가 산티아고까지 갔다가, 거기서 피니스테레까지 3일 더 걸을거라고 하니까, 이분은 거기까지 갔다가 거기서 하루 걸으면 도착하는
모시아 까지 가신다고 한다. 

모시아 하루 밖에 안걸린다고, 좋다고, 가는김에 거기까지 가자고 한다.... 음. 아직 모시아 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자꾸 구미가 당긴다. 어차피 일정도 아무리 천천히 간다 쳐도, 예상했던 일정보단 산티아고 길이 좀 일찍 끝날것같기에..
아무튼, 일단 생각해 두기로 한다..


오늘 목적지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길도 단조롭고.. 그러나 가려움증이 가시질 않는다.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있을것이다.
손가락을 묶어 버리고 싶을 정도의 참을 수 없는 가려움... 아~~  


중간 휴식 하던중, 종아리를 들여다 보니 저렇게 여러군데 벌레 물린곳처럼 부어있다..
거의 경악을 할 뻔했다는.... 처음에 어깨랑 팔뚝쪽에 있던게, 자고 일어나니 종아리에 저렇게 퍼져있다..
더워서 항상 다리쪽은 조금 걷고 다녔는데, 혹시 그래서 풀옴 같은것이라도 옮긴게 아닐까 싶어 걷지않고 다니기로했다.

보기엔 모기 물린것과 똑같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일단 모기 물린것처럼 분화구가 부풀어 오르는데, 분화구 중간보다 그 주변 벌겋게 부은 부분...
그 부분이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렵다....

얼렁 도착해서, 알베르게 주변 약국을 찾아 연고라도 사야겠다..




알베르게 도착.. 이곳은 알베르게에서 마주보이는 bar.. 알베르게는 내가 서있는곳 이다.
사실 이날 어떻게 걸어왔는지도 모를정도다.. 간지럼증 때문에 얼른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걷기만 해서..
여장을 풀고 물어 물어 보니, 바로 알베르게 오른쪽 모퉁이를 도니 pharmacia(약국)가 있다..
약사에게 상처를 보여주니 모기는 아니라고 이쪽말로 친니?(친친?이라고 하던가)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마도 빈대의 일종같다.. 침대 같은거 조심하라고 긁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마당에 침낭과 옷가지들을 전부꺼내 햇볕에 말렸다.. 스프레이로 침낭까지 전부 뿌려주고..
연고를 바르니 점 덜 가렵긴했다..


여행전 유럽의 빈대 유명하다고, 긴장을 했는데, 거의 보름 가까이 가도 아무 공격도 없길래 안심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거다..




(약사에게 팔뚝과, 다리를 보여주니 노란색 연고를 건네준다, 저것과 더불어 스프레이식 뿌리는 모기약(침대에 뿌리는)도 함께 샀다.
한국에서 당연히 뿌리는 스프레이를 가져왔었는데, 배낭속에서 액이 흘러내려서, 버려버렸는데 그날 이후 몇일도 안돼서
벌레의 습격을 받은것이다.
노란색 연고 말고, 나중에 하얀색 연고를 또 샀는데, 노란색 보다 저 연고가 잘 들었다.. 저 하얀색 연고 바르기 시작하면서 점점
사라졌고, 대략 한 일주일 정도 고생했지 않나 싶다..
후에 한국분을 만나 물어봤더니 보통 "베드 버그"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분이 만난 다른 한국분도 저것땜에 꽤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베드 버그(bedbug)".. )


저녁먹고 약바르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같은 방에 폴이 잠도 안오고 나가서 걷자고 한다.
밖에 나와보니, 요하네스 이드, 그리고 영국친구 외 몇몇 친구들이 모여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 하고 있다.
거의 어제 혹은 그제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어느정도 눈에 익은 친구들이다..
알베르게 앞에 쪼그려 앉아 와인병 하나 놓고 돌려가며 따라서 마시며 이야기 중이었다.

한잔 마시고, 원래 낮엔 얼굴이 벌그레져서 잘 안먹는데(이 얘기를 하니 이상하게 쳐다보더라는.. ㅎ) 이날 저녁때고
해서마셨다.. 슈퍼에서 파는 그냥 2~3유로짜리 와인(정말싸다..)인데, 맛이 좋다, 절반정도는 내가 마신거 같은데,
요하네스가 여자 친구 이드에게 와인을 사러 보내는것을 보고내가 재빨리 달려 갔다..
마셨으니 나도 한잔 사는게 도리이니까.. 이드에게 어떤 와인이 낫냐고 물으니 2.5유로짜리 하나 꺼내온다..
아까 그 와인이다..

와인을 들고 가보니 요하네스가 기타를 꺼내서 연주를 하고 있다. 작은 기타.. 처음엔 몰랐었는데..
지미 핸드릭스의  purple haze전주 부분을 연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일가족이 온 스페인 가족중에 자녀들이 합류했다..
사람들이 모이니 기타소리가 작아진다.. 이 역시나 쑥스럼을 좀 타는 친구다..
고등학교 농구 선수 남자애들 두명과 동생인듯한 여자애, 영어는 안되는데 사교성 좋은 영국친구랑 그림 그려
가면서 이야길 한다. 이 영국인 친구는 스페인어를 약간 정도 하는것 같다..

요하네스가 칠 줄 아냐며 기타를 주길래, knocking on heavens doors 건스 앤 로지스 버전으로 전주 부분만 잠깐 쳐봤다..
하두 오랜만에 치는거라 좀 삑사리가 났지만.. 그러고 전주 부분을 혼자 치고 있는데 갑자기 시선이 주목됨을
느낀다... --; 뻘쭘하다... 전주 끝나고 노래가 시작될때.. 야~옹.. 하면서 액슬로즈 목소리를 장난스레 내니까 다들 웃는다...
뻘쭘한 분위기를 모면하고 얼렁 기타를 넘겨준다.. 잘치면 멋지게 한 곡 연주하겠지만.. 영 아니라서..

10시경이라고 알베르게 문닫는다고 호스피탈레로가 들어오라고 한다.
알베르게는 오픈, 클로징 타임이 정해져 있어서 들어가 봐야 한다. 생각해보니,
여지껏 여행중에 가장 늦게 잠자리에 든것같다...